독서일기(인문)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1. 18. 22:39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를 읽었다. 우선 저자 황광우님은 예전에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당시 '소삶뿌'로 약칭하였다),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을 쓴 정인(물론 가명이다)과 같은 사람이다.

1980년대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를 읽었을 때 그 느낌, 비장함이라 할까?, 소명감이라 할까? 그런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철학콘서트'는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듯 그들의 삶과 사상을 통찰하는 형식으로 채워져 있다. 그들의 사상을 개관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쉽고, 재미있게 써 내려간다. 위대한 사상가 10인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 공자, 예수, 이황, 토머스 모어, 애덤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노자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소크라테스 이야기에서,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은 실제 이유를 '철학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이란 참된 명예에 대하여 진리에 대하여 고매한 영혼에 대하여 토론하는 일을 말한다. 

 

흔히 탈옥을 권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며 악법준수의 신화를 만드는데 소크라테스를 이용했던 것을 비판하며,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이성적 사유에 입각하여 가장 올바른 것으로 판단되는 원칙 준수의 결과가 사형선고일지라도 나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네' '어영부영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아름답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거야'라고 말했다고 소개한다.

 

'이상국가 건설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플라톤 이야기는 시작된다. 플라톤에게 이상국가 건설의 핵심은 이상적인 통치자 집단의 육성에 있었다. 플라톤은 통치자에게 사유재산 금지를 요구했다. 그 이유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통치자와 사유재산을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통의 바다를 건너다'라는 제목으로 석가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색즉시공의 교리를 가르치는 바는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로 이 책에서 정리한다. 뗏목을 만들어 강가를 건너고도 뗏목을 머리 위에 이고 가겠다는 사람들을 비유로 삼아 집착의 어리석음을 깨우친다.

 

'천하주유에 나선 돈기호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50세가 넘어 치국평천하를 꿈꾸며 천하주유하는 공자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군자는 의에 뜻을 두고 소인은 이익에 뜻을 둔다.'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으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 '힘을 다해 직분에 충실했으나 왕이 들어주지 않으면 사직하라.' 공자의 말씀 중에 우리가 음미해볼 말들도 소개하고 있다.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 제목으로 예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물신숭배에 대한 확고한 거부야말로 예수의 일관된 세계관이었음을 강조한다. '너의 전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준 다음 나를 따르라' '너를 위해 부를 땅에 저장하지 말라. 부를 하늘에 저장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소개한다.

 

'제1자를 향한 그리움, 태허'라는 제목으로 이황 이야기를 시작한다. 퇴계와 고봉의 13년 논변을 소개하면서 퇴계가 이기이원론을 고집한 이유를 성리학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조선 선비의 사부인 퇴계가 26년 연하인 고봉에게 깍듯이 존대하는 모습을 통하여 대학자의 풍모를 보여준다. 

 

'내 수염은 반역죄를 짓지 않았네'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토머스 모어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소설을 쓴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대법관직에 있다가 헨리8세의 재혼에 즈음하여, 교황에게 왕의 결혼을 재가할 권리가 없다는 내용의 법령에 선서하도록 명령을 받고도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반역죄로 체포되어 결국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모습에서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절도범에 대하여 교수형을 가하는 데 대하여 그는 '절도범을 처벌하는 이 방법은 공평하지도 않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도 못됩니다. 처벌로서는 너무 가혹하고 억제책으로서는 매우 비효과적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게 하는 요인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양입니다'라고 말하여 범죄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지 아니하고 엔클로저 운동이라는 사회적 환경에 돌렸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소설에서 사유재산을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유토피아'에서는 하루에 6시간 일을 하고 그 중간에 2시간 휴식을 취하고 8시간 잠을 자며 나머지 시간은 취미에 따라 자유롭게 보내는 것으로 기술한다.

 

토머스 모어는 단두대로 올라갈 때도 유머를 잃지 않아 형리에게 '내 목이 짧으니 자를 때 그 점에 유의해주게' '내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일이 없는데'라며 수염이 잘리지 않도록 턱을 앞으로 내밀어 주었다고 한다.

 

'이기심이 너희를 이롭게 하리라'라는 제목으로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주간, 술집 또는 빵집 주인의 이타심 덕택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인 것이다. 거지 외에는 아무도 시민의 이타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물론 그는 공공의 이익을 추진하려 하지 않으며, 그가 어느 정도 공공의 이익을 추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 산업보다 국내 산업을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가 국내 산업의 생산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도 오직 자신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음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철학콘서트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소개한 데 이어 롤즈의 '정의론'을 소개함으로써 자유-평등간의 조화로운 해결을 모색한다. 롤즈가 제시한 정의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 자유에 대하여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두 번째 원칙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1)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된다. (2)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에 결부되어야 한다'

 

'로빈슨 크루소의 섬에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 생활에 빗대어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을 설명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예언자 메이저 영감에 대하여, 마르크스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고 메이저 영감의 연설부분을 소개하며 노동의 소외를 설명한다.

 

'21세기 유토피아, 동막골'이라는 제목으로 노자 이야기를 끌어낸다. 노자의 도덕경 중에서 '세상에 다시 없이 착한 것은 물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도우면서 다투지 않는다. 사람들이 머물기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도덕경이 21세기 철학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철학콘서트는 쉽고 재미 있어서 철학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고, 곱씹어 보면 위대한 사상의 정수를 알 수 있어 사색의 자료로 유용하게 쓰여지리라 생각한다.

 

             2006. 11. 18. 창원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