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김열규 외 29인이 쓴 '공부의 즐거움'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0. 14. 18:52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에 관하여 쓴 '공부의 즐거움'을 읽었다.

저자를 훑어보면, '우리선비'를 쓴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 나노소재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한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 한반도 역사를 구석기 시대까지 끌어올린 선사고고학자 손보기 교수, 세계에 공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는 전 서울대 국문학과 조동일 교수..가히 공부달인이라고 부를만한 30분이 등장한다.

 

공부는 삶이다. 공부는 새로움이다. 공부는 즐거움이다. 공부는 깨달음이다.

네가지 주제로 30인의 공부에 대한 생각을 펼쳐 놓았다.

 

특히 서강대 장영희 교수는 1살 적에 소아마비에 걸려 순전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 한가지 재능까지도 원천봉쇄하려는 사회와 싸워 이기기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이겼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지금 암 투병 중에 있는데, 암 투병 환자들과 만남을 통하여 오늘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운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간 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규장각 관장이 된 장옥자님은 오직 공부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였다고 한다.

 

'연구공간 수유 + 너머'를 창립한 고미숙 박사의 일갈은 여운이 오래 남았다.

지관 스님의 '불교에 외부란 없다. 따라서 불교에서 개종이란 자비심을 잃는 것을 뜻할 뿐이다'라는 말에 빗대어 그녀는 '공부에 외부란 없다. 공부는 원초적 본능이자 삶의 모든 과정이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두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고.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라고 게송을 읊듯이 말한다.

 

공룡박사인 이융남님이 스승인 제이콥스 교수로부터 들었다는 '기초 없는 학문을 거짓말을 하게 할 뿐', 이재호 교수가 소개한 에밀 꾸에의 '나는 매일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진다', 이재호 교수가 직접 말한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메모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매순간 배운다는 마음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한번쯤 되새김질해 볼만한 말들이다.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인 제타룡님이 소개한 너대니얼 호손의 '인간성의 고리' 이론도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높다. 즉, '인간은 부모, 친구, 동료, 이웃 등 주변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한 인간이 반윤리적이거나 비도덕적일 때는 이 고리가 끊어지게 되어 결국 불행하게 산다.' 그 바탕에서 쓴 책이 바로 주홍글씨라고 한다.

 

임형택 교수의 풀이에 의하면 '원래 工夫는 사람이 무슨 일에건 노력하고 연마하는 것을 가리켰던 듯하다.  송대의 성리학자들에 이르러 이 말은 주로 학문 수양에 관련해서 쓰였는데, 조선조 도학자들이 이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미술사학자 최완수님의 소개에 의하면 '성인은 태어나면서 이를(세상이치) 알고, 현인은 배워서 이를 안다 ' 고 하니 범부의 공부란 끝이 있을리 없다.

 

공부의 즐거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즉, 교육과 오락이 함께 어우러져 배움의 보람과 놀이의 즐거움을 모두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라고 한다. 공부란 좋은 대학교를 가지 위하여 억지로, 일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즐거움으로 삼을 꺼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 역시 서재에 500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 책이 5,000권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의문을 발견하고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 동시대인에게 이를 공개하고 싶다. 그 때까지 공부는 계속될 것이다. 그 이후에도 공부는 계속될 것이다. 공부의 끝을 알고 싶은 청소년에게 일독을 권한다.

 

                  2006. 10. 14.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