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화에 대하여를 다시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8. 8. 9. 15:21

1. 개괄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가 쓴 '화에 대하여'를 다시 읽었다.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저자는 코르시카섬에서 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는데 거기서 집필한 책이다.

 

세네카는 이 책에서 화의 악덕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한다. 즉 그나이우스 피소가 동료를 놔두고 휴가에서 혼자 돌아온 병사에게 화가 나서 사형을 명하였다. 그 병사가 동료를 데려오지 않은 것은 그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병사가 목을 내밀고 있을 때 그 동료가 갑자기 나타났다. 처형을 감독하던 대장이 칼을 거두라고 명하고 병사들을 피소에게 데려간다. 피소는 화가 난 얼굴로 재판석에 올라가 3명에게 사형을 명한다.

 

2. 발췌

벌을 주는 자가 화를 내는 것만큼 적절하지 않은 일은 없다. 왜냐하면 오래 생각한 끝에 내려지는 징벌이 교정에 더욱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화는 그 무엇보다 불공정하다. 화는 어느 때는 필요이상 내달리고 어느 때는 가야 할 곳보다 미리 멈춘다.

 

화의 원인은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쉽게 믿어버려서는 안 된다./ 화의 최대의 근원은 '나는 죄가 없어' 혹은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다.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그것을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 화가 처음에 맹렬한 기세로 습격할 때는 타격이 크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뒤로 물러선다. 한꺼번에 화의 뿌리를 뽑으려고 애쓰지 마라.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뽑아서 버리면 언젠가는 화를 전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섹스티우스가 말했듯이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날 때 화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악덕에 어느 한 인간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네가 생각하는 것이 무거운 벌이든 혹은 그보다 가벼운 것이든 간에 형벌을 받아 괴로워하기에도, 또한 다른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을 보고 사악한 기쁨을 누리기에도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3. 소감

세네카는 화를 철학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철학 논쟁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2000년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5년 전 이 책을 처음 읽고 당시에는 크게 감명을 받았으나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다시 읽었다.

 

2018. 8. 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