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3. 19. 17:11

1. 개괄

한병철 교수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긍정적 형태로서의 권력은 형성하고 산출해내며 질서를 부여한다. 권력은 폭력과는 반대로 생산적이다. 권력은 혼란이 생겨나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권력은 근본적으로 독백적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권력의 결정적 약점이 있다. 권력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아마도 권력의 시대는 지나갔을 것이다....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권력을 통해 걸러지지 않는 모호한 영향력과 상호작용들이 넘처나는 시대이다'라고 하면서도 '권력의 쇠퇴로부터 초래될 문제들을 우리가 겪지 않기 위해서' 권력의 다양한 표현 형태들을 다시 상기할 필연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1장 권력의 논리, 2장 권력의 의미론, 3장 권력의 형이상학, 4장 권력의 정치학, 5장 권력의 윤리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2. 발췌

권력은 자유와 대립하지 않는다. 권력을 폭력이나 강제와 구별해주는 것이 바로 자유이다.


권력이 도발될 수 있다면 그 권력은 종말에 가까운 것이다. 물리적 폭력의 사용은 권력의 적용이 아니라, 권력이 파산했다는 표현이다.


강제로서의 권력과 자유로서의 권력은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개 정도에 있어서만 서로 구분된다...매개가 결핍되어 있으면 강제를 낳는 반면, 매개 수준이 높으면 권력과 자유가 하나로 수렴된다. 권력이 가장 안정적인 것은 후자의 경우다.


권력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사람들이 권력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권력이 행하는 금지의 폭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사실상 신체를 관통하고, 사물들을 산출해내고, 쾌락을 일으키고, 지식을 산출하며, 담론을 생산해낸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미셀 푸코)


폭력과는 달리 권력은 의미 혹은 의미성의 매개를 통해 작동한다. 권력의 영향력이 폭력적 형태로 드러날 때도, 다시 말해 상처 역시 하나의 의미를 갖는 기호이다.


권력은 "세인"으로 등장할 때, 즉 자신을 "일상성"에 기입할 때 높은 안정성을 얻는다. 강제가 아니라 습관의 자동주의가 권력의 효과를 상승시킨다. 절대적 권력이란 모습을 드러내거나 자신을 지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명성과 완전하게 합치되어 있는 권력인 것이다. 권력은 부재를 통해 빛을 발한다.


물론 권력은 어떤 점에서는 정점이나 한 명의 개인에게 집중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점에 권력이 세워질 수는 없다. 그 정점이 권력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담지하고 긍정하며 정당화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권력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공동으로 행동할 때 생겨난다. 그 권력의 정당성은 한 집단이 그때마다 설정하는 목표나 목적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집단이 생겨날 때 일어나는 그 권력의 기원에서 나온다(한나 아렌트)


' 권력의 근본 현상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자의 의지를 도구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이해를 지향하는 커뮤티케이션을 통해 공통의 의지를 형성하는 것이다.'(하버마스) 권력은 사이에서 나온다. '본래 그 누구도 권력을 점유하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며, 그들이 다시 흩어지자마자 사라진다.'(하버마스)


니체는 "정의"를 "넓게 들러보는 권력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3. 소감

대한민국은 아직 권력의 시대다. 저자는 권력의 윤리학에서 권력의 긍정성을 활성화하면서도 권력의 자기중심성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아무 구별도 없이 모든 것을 환영하는' '자신을 염두해 두지 않는 친절함'이다라고 주장한다. 음미할 가치가 있는 대목이다.


               2017. 3. 19.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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