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고독한 군중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5. 27. 22:37

1. 개괄

데이비드 리스먼이 지은 <고독한 군중>을 읽었다. 저자는 1909년 미국에서 태어나 2002년 사망하였다. 이 책은 현대 미국인의 성격과 미국의 사회의식을 밝히려 하고 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적 사회성격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1) 전통지향형 : 그 방향의 기준이 전통을 따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2) 내부지향형 :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결과로 이루어진 사회적 성격

(3) 타인지향형 : 미국 대도시의 상류 중산층에 최근에 나타난 것.

세 가지 유형은 인구증가와 관계가 있는데 누체적 단계, 급증단계, 감퇴단계와 대응한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세 번째 유형인데, 이들이 구성하는 자기상실의 수렁에 빠진 타인지향형 사회는 정치적 무관심을 부추기고, 민주체제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현대 대중사회에서 미국인의 사회적 성격을 타인지향형이라 이름짓고, 겉보기만의 사회성의 그늘에 불안과 고독감을 지니고 있는 성격유형을 '고독한 군중'으로 파악했다.


2. 발췌

지난 수백년의 서양사는 내부지향형과 타인지향형이 잇달아 우위를 차지해나가는 점진적인 과정의 연속으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전통지향형이 내부지향형으로 대체되었고, 내부지향형은 다시 타인지향형으로 대체되었다.


내부지향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청결유지와 화장실 청소 등 집안일을 하나의 의무로서 훈련시킨다. 반면에 타인지향적 부모는 그런 의무는 강요하지 않는 대신, 그와 똑같은 극성스러움으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교생활에 대해 자녀를 훈련시킨다. 


과거 내부지향형 시대에는 예의와 계층질서에 따라 생활의 어느 특정 분야는 사생활이라는 고유의 영역으로 인정되었다...그러나 오늘날에는 자신의 생활 가운데 동료집단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라면 그게 어떤 분야이든지 상대와 의견을 나누면서 사생활을 공개해야 한다.


내부지향적인 인간들이 생산, 그 다음에는 소비 부분에 사용했던 막대한 경쟁적 에너지가 오늘날에는 동료집단의 승인이라는 모호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투입되고 있다.


내부지향형의 중요한 특징을 요약해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즉, 내부지향이 우세한 사회에서 개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지나치게 방어하려다가 오히려 자기 자신을 부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부지향형 인간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로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전문직 종사자나 기업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인간관계에서의 세련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것은 19세기 영국에서 정치가나 고위 관리로 출세하려면 반드시 고전에 밝아야 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타인지향적인 인간은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자아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그는 생산과 소비 사이에도 뚜렷한 구별을 짓지 못한다. 집단에의 적응과 개인적인 이해 사이에도 일과 오락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선이 없다.


민주주의 속에서 가진 자는 빈곤한 자의 편이 되어야 하고, 그들을 대하면서 자선이 아닌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그들은 터특하고 있다(토그밀 <미국의 민주주의> 중에서)


만일 타인지향형 인간이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적어도 적응을 원한다.


인간만이 인간의 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행위와 생활의 의미를 빼앗을 수 있는 것 오직 그 자신 뿐이다(시몬 드 보부아르 <애매성의 윤라학> 중에서).


이러한 미국 명절에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즐기고 놀며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만한 재치도 없으며, 그렇다고 부정할 만한 용기도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사고방식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당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상 인간은 제각기 다른 존재로서 창조되었다. 그런데 서로 똑같아지기 위해서 사회적 자유와 개인적인 자율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3. 소감

자아상실의 수령에 빠진 타인지향형 사회는 민주체제에 위기를 가져온다. 우리 사회도 타인지향형 사회로 접어든 것은 아닐지?


2017. 5.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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