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구일한거

자작나무의숲 2016. 9. 19. 22:31

9월 9일날 한가로이 지내며(九日閒居)


인생은 짧은데 뜻은 늘 많아(世短意常多)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구나(斯人樂久生)

해와 달이 계절에 따라 이르니(日月依辰至)

세상 사람들은 '중구'라는 이름을 좋아하누나(擧俗愛其名).

이슬은 차고 따뜻한 바람은 그쳤으며(露凄暄風息)

공기는 맑고 하늘은 청명하다(氣澈天象明).

가버린 제비는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往燕無遺影)

찾아온 기러기는 울음소리 여운이 있네(來雁有餘聲).

술은 온갖 근심 없애고(酒能祛百慮)

국화는 늙어가는 나이를 막을 수 있는데(菊爲制穨齡)

어찌하여 초가집 선비는(如何蓬廬士)

흘러가는 시간만 부질없이 보고 있는가?(空視時運傾)

먼지 낀 술잔은 빈 술독이 부끄럽기만 한데(塵爵恥虛罍)

차가운 국화는 공연히 저 혼자 피어 있다(寒花徒自榮).

옷깃 여미고 홀로 한가로이 노래하자니(歛襟獨閒謠)

아득히 깊은 정 일어나누나(緬焉起深情).

은거에도 본래 즐거움 많으니(棲遲固多娛)

오래 머문다해서 어찌 이루는 게 없을까(淹留豈無成).


(이치수 역주의 도연명 전집에서 발췌한 것이다. 친구로부터 추석 선물로 받은 책이다.


도연명은 365년 동진 시대 강주 심양군에서 태어나 29세에 강주 좨주가 되어 관리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그만두었다. 35세에 다시 벼슬길에 나가 환현의 참군이 되었다가 40세에 유유의 참군이 되었고 41세에는 유경선의 참군이 되었다. 이 해 유경선이 관직을 그만두자 도연명도 집에 돌아갔다가 8월에 평택령이 되었다. 그러나 11월에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갔다. 이 때 지은 것이 그 유명한 歸去來兮辭다. 그의 시는 일상생활 속에서 깨닫는 철리와 서정성이 하나로 결합한 데 특색이 있다. 그는 전원시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구일한거라는 시는 9월 9일 중양절을 맞아 국화가 활짝 피웠는데도 술을 마실 수 없는 데서 일어나는 감회를 지은 것이다. 특히 '인생은 짧은데 뜻은 늘 많아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는구나'와 '은거에도 본래 즐거움 많으니 오래 머문다 해서 어찌 이루는 게 없을까' 이 부분이 서로 대조되면서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도연명의 시는 살아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唐代에 이르러서 비로소 널리 추앙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2016. 9. 19.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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