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천리수서지위장

자작나무의숲 2016. 9. 13. 12:30

千里修書只爲墻

-張英

 

千里修書只爲墻

讓他三尺又何妨

長城萬里今猶在

不見當年秦始皇

 

천 리 멀리 보낸 편지가 겨우 담장 때문이라니,

그에게 석 자쯤 양보한들 무슨 탈이 있겠소.

만 리나 되는 장성은 지금도 남아 있지만

그때의 진시황은 볼 수 없지 않소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지은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를 읽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인, 문인이 쓴 시와 문을 번역하고

역자의 해설을 단 책이다. 그 중에서 위의 시를 골랐다.

 

시를 지은 장영은 청나라 재상인데 고향집에서 새로 집을 짓는데 그 경계를 두고 이웃 집안과 분쟁이 벌어졌으니 해결해달라는 편지를 받고 위 시를 답장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 편지를 받은 가족들이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담장을 세 척 뒤로 물렸고, 그러자 상대방도 뒤로 세 척을 양보하여 그 사이에 육척의 길이 생겼다. 이것이 널리 알려져 讓他三尺 또는 六尺巷의 고사가 되었다. 마오쩌뚱이 2차대전 후 소련과 협상하면서 위 고사를 든 것은 유명한 일화라고 한다.

 

김진태 전 총장은 해설에서 '인생사 양보는 어렵다. 특히 시비 중에 스스로 양보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용기가 사람을 만들고 그런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고 적고 있다.

 

이 책에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도 실려 있는데 實迷途其未遠 覺今是而昨非 부분도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길을 읽었으나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소.

 

아름다운 시를 읽고 나니 세상이 밝아 보인다.

 

                                    2016. 9. 13.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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