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6. 21. 22:09

1. 개괄

프레데리크 그로가 쓴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을 읽었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로서 파리12대학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책은 걷기를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으로 파악한다. 걷기는 순례, 산책, 소요를 포함한다. 니체, 랭보, 루소, 칸트, 소로와 같이 걷기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던 이들이 소개된다. 걷기를 주제로 책을 썼다는 게 놀랍다.

 

2. 발췌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걸을 때 누릴 수 있는 자유다.

 

걸으면서 구상하는 사람은 얽메인 데가 없어 자유롭다.

 

니체에게 있어 글은 결국 발에 대한 찬사를 의미한다. 손으로만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자신의 발로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나 나그네요 산을 오르는 자다. 나 평지를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 조용히 앉아 있지도 못하는 것 같다. 내 어떤 숙명을 맞이하게 되든, 내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그 속에는 방랑이 있고 산 오르기가 있으리라.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체험할 뿐이니<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곧 '밖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밖에 있는 것을 '자유로운 공기 속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난 그저 걸어 다니는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랭보는 평생을 걸었다.

 

나는 편안하게 걷다가 마음 내킬 때 멈춰 서는 것을 좋아한다. 내게 필요한 것은 떠돌이 생활이다. 날씨가 좋을 때 서두르지 않고 아름다운 고장을 걷는 것, 그리고 다 걷고 나서 유쾌한 세상을 만나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삶을 사는 모든 방식이다(루소).

 

걷기는 수용이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순수한 존재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인다.

 

소로가 맗하는 청빈은 부와도 반대되고 가난과도 반대된다. 그에게 부는 항상 더 많이 갖기 위해 이성을 잃는 자들의 것이고, 가난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 배는 더 얻기 위해 죽도로 일하는 자들의 것이다. 청빈은 제도와 대립한다. 경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검소함을 선택해야 한다.

 

걷기의 참 뜻은 이타성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화된 세계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바깥쪽에 있는 것이다.

 

에머슨에 따르면, 소로는 걷기에 걸리는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문화와 도서관이 파놓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이 다른 사람들의 문체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였다.

 

간디는 젊은 시절 런던에서 공부할 때부터 법과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채식 식당을 찾으러 이미 매일 규칙적으로 7킬로미터에서 15킬로미터까지 걷고는 했다. 간디에게 이 같은 걷기는, 그가 인도를 떠날 때 어머니와 한 세 가지 약속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그 약속의 굳건함을 느끼며 약속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기회였다.

 

간디가 생각하는 걷기는 인내가 필요한 느린 에너지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은 곧 자신의 이웃을 착취하는 것이다(간디)

 

크리스토퍼 몰리는 워즈워스에 대해 "두 다리를 철학을 위해 사용한 최초의 인물이다"라고 썼다.

 

3. 소감

걷기는 내게 익숙하고 유용한 행위다. 매일 한 시간 걷는다. 지원장 취임사에 '저의 위치는 여러분의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사이에 제가 있고 싶습니다.'라는 표현을 넣은 것도, 인터넷에서 본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 표현을 기억하고 판결을 선고할 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판결문을 두번이나 고칠 때도 떠오르지 않던 오류를 발견한 것도 걷던 중이었다. 나는 내일도 걸을 것이다.

 

                    2014. 6. 21.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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