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김광수의 <경제학 3.0>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 7. 21:46

김광수의 <경제학 3.0>을 읽었다.저자는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중립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식세대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최대 목표로 삼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삼라만상 모든 삶과 죽음을 구별짓는 기준이며 신의 뜻이기 때문입니다.......지속 가능성이 강한 삶은 오래 유지될 것이며, 약한 삶은 오래가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3김 시대 이후 출범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시대적 사명은, 경제구조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순응하는 경제 발전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도 과거의 이념 투쟁과 결별하고 자식 세대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 시장경제 규칙을 확립했어야 했습니다. 재벌 그룹의 왜곡된 지배 구조를 혁파하고 기술 벤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산업 구조 기반을 구축했어야 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과감히 차단하여 지속 가능한 생산적 성장 경제의 기반을 구축했어야 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에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의 불안한 고용구조로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특히 남녀 근로자의 짧은 평균 근속 연수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는 대량해고-대량해고의 고용시스템이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성론>이라는 저서에서 한 사회의 경제 발전 성과물을 모든 국민들이 공유할 수 없다면 도덕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고 위험해지며, 결국 사회 안정을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유일한 덕목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그런가하면 개인의 주관적 효용을 기준으로 가격이론을 구축한 신고전파 역시 완전경쟁시장의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개인의 탐욕을 인정했다. 개인의 탐욕이 완전경쟁시장을 넘어 독과점을 낳을 정도로 확대되면 독과점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왜곡되고 그로 인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한다는 것이었다.

 

GDP 성장률이 높다, 낮다는 것만으로 경제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GDP는 투입을 감안하지 않은 산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DP 성장률이 5%라고 할 때, 그것이 50을 투입해서 달성된 것인지, 100을 투입해서 달성된 것인지 알 수 없다. 

 

GDP 성장률은 분기 내지는 1년 단위의 경제 활동에 관한 단기적 개념일 뿐이다. 오히려 장기적 경제 발전의 개념에 가까운 것은 GDP 성장률이 아니라 잠재 성장률이라고 할 수있다. 

 

빈곤 문제는 분배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계층 간 소득 재분배를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불가능하다.

 

노동과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노동을 장기적인 인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고용 안정 속에서 노동 인력의 재교육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리한 경제 성장에 수반되는 위험, 그것이 곧 빈곤인 셈이다.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과 빈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노동인구를 지속적으로 재교육하는 동시에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가 빚이 폭증하고 있는 마당에 자전거 도로 만들기나 4대강 정비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 21세기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계속 창출할 수 있는가 말이다.

 

똑같은 물건이나 서비스라면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다. 더구나 1억 5천만 원짜리 임대 주택 공급 확대는 처음부터 투기꾼들에게 투기판을 만들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 비용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잘라 총비용을 1~2% 줄인다고 해도 기업 경쟁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노동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양질의 인력들을 잃어버리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

 

대표적인 후생 경제학자 파레토는 20%의 부자가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80%의 사람이 나머지 20%의 부를 가지고 있다는 80 대 20의 파레토 법칙을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편중 현상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나 자연 현상 전반에서 흔히 발견된다는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길 경우, 독점과 불균형 등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1세기 경제 성장 패러다임의 기반에는 크게 정보통신 혁명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 그리고 국가 간 경제력 축소 등이 있다.

 

각국 간 경제력 격차가 해소됨에 따라 21세기형 경제 성장 패러다임은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 양극화가 해소되는 사회를 전 지구적으로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20세기에 절대적 빈곤의 해소가 문제였다면, 21세기에는 상대적 빈곤을 해소하고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라 할 수 있다.

 

생산 면에서의 GDP는 곧 기업 또는 공급 면에서의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도식의 최초 출발점은 기업의 투자다.

 

분배 면의 GDP는 고용에서부터 출발한다.

 

공급 위주의 정책이 양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수요 위주의 정책은 서면 생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질적 성장에 해당한다.

 

기술 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특징은 기술 개발을 해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10~15년 정도 걸린다.

 

가장 바람직한 정치는 일반 서민이 주인공인 생활 정치라고 생각한다.

 

접근 방법이 다른 경제학 서적과 다르다. 사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논증이 부실하지만, 결정적인 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분들께 생각꺼리를 제공할 것이다.

 

                                     2010. 1. 7.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