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작은세상이 대안이다.

자작나무의숲 2008. 12. 27. 11:02

2009년 국가예산 217조 원, 2009년 수출액 목표 4500억 달러, 이를 뒷받침하는 수천 쪽의 계획서...... 손에 잡히지 아니 한다. 국가의 사업이 어떻게 결정되고, 무슨 근거로 결정되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하지만 주민수가 1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소통은 어렵다. 같은 아파트에 10년을 살아도 옆 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나는 오래 전부터 '작은세상'을 꿈꾸었다. 한 눈에 보이는 세상, 손에 잡히는 세상을 말이다. 2006년 스위스 바젤에 간 적이 있다. 놀라운 건 스위스 제2의 도시인 바젤이 인구가 10만 명 남짓밖에 안된다는 점, 고층 건물이라고는 10층 남짓의 제약회사 건물뿐이고, 대부분 5층 이하의 저층 건물인 점이었다. 스위스 사람들은 도시가 너무 크면 통제할 수 없다며 의도적으로 작은 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아! 역시 선진국이란......루소의 견해에 따르면 작은 국가가 더욱 바람직한데,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더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세상'을 추구할 수는 없을까?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의식주, 교육, 의료와 같은 요구가 해결될 수는 없을까? '출세하려면 서울로 가야한다'는 속담 같지도 않은 속담을 그만 들을 수는 없을까? 오히려 서울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이 지방으로 돌아와 지방을 서울로 만들 수는 없을까? 주민들이 모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은 사람이 구의원도 되고 시의원도 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을까? 국가에서 시작되어 도(특별시, 광역시) -  시군구를 거쳐  주민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주민에서 시작되어 시군구 - 도(특별시, 광역시)를 거쳐 국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될 수는 없을까?

 

거주 단위로, 직장단위로, 아니면 아무런 구획도 없이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어 주위에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주위에 불행한 사람이 있는 이상 내가 행복할 수 없다고 느낄 수는 없을까?  성공이 클수록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욕망이 덜 생겨야 행복한 것은 아닐까? 내 재산이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덜 생겨야 행복한 것은 아닐까? 

 

큰세상이 효율성과 같은 단일한 가치로 빌딩을 이루고 있는 반면, 작은세상은 다양한 가치로 숲을 이룬다. 작은세상을 추구하자.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자. 그리하여 따뜻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먼훗날 내가 그 작은세상 속에서 위로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2008. 12.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