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선순환이 되면 공동체가 아름다워진다

자작나무의숲 2008. 11. 6. 20:50

저는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 분은 저뿐만 아니라 100명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셨습니다.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학교운영이 궤도에 오르자 나라에 학교를 기부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경상대학교 남명관 건립, 진주신문 발행, 형평운동 기념사업회, 진주정신 지키기 모임.....진주 없는 김장하 선생을 생각할 수 없듯이 김장하 선생 없는 진주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진주시장 범민주 단일후보로  추대되었을 때 단번에 거절한 사례는 선생님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분의 생활은 매우 검소합니다. 지금도 자가용 자동차가 없고, 골프도 하지 않습니다. 명신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있을 때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상대로 말씀을 하신 적도 있는데, 학생들에게는 말씀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기 눈 앞에서 말하고 있는 이사장이 조금 전에 자전거를 타고 교문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언젠가 제가 사법시험이 되고서 선생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드립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자네를 도운 게 있다면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 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

 

선생님은 어려서 집이 가난하셨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하셨고, 한약방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다가 독학으로 한약업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오늘날까지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한 때문에 장학사업을 하셨고 그 과정에서 저에게 선을 베푸셨습니다. 저도 선생님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갚을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쌓여 이 사회가 훨씬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그 성취는 최대한 보장하되 기회를 제공한 공동체에  성취의 일부를 내놓음으로써, 그에게는 자부심을 이 사회에는 새로운 성취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빕니다.

 

제 평생의 스승이신 김장하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2008. 11. 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

(제가 2011년 2월에 진주지원장으로 발령이 나서 선생님을 오랫만에 뵈었습니다. 식사 한번 대접하겠다는 말씀 드렸더니 자기는 공직자가 사는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한사코 거부하였습니다. 2012년 2월 인사발령이 나서 진주를 떠나기 전 식사 한번 대접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은 또 거절하였습니다. 언제 다시 뵙겠느냐고 식사 한번 대접 못하고 떠나는 제 마음도 생각 좀 해주시라고 억지를 부려 겨우 승낙을 얻었고, 7,000원 짜리 해물탕을 한 그릇 대접했습니다. 2015. 3.  24. 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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