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을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5. 23. 22:21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을 읽었다. 머리말에 '젊음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이 작은 책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바친다'고  되어 있다.

 

저자는 창조의 힘으로 젊음을 진화시키는 9가지 매직 카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카니자 삼각형(게의 집게발처럼 생긴 세 개의 팩맨을 보고 있으면 그 사이로 하얀 삼각형이 떠오른다/보는 사람의 시각 속에서만 나타나는 삼각형)

2. 물음느낌표(젊음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

3. 개미의 동선(방황 속에 길이 있다)

4. 오리-토끼(나나에서 도도/유통기한이 지난 흑백의 이분법은 가라/바람은 들어오고 모기는 막아주는 방충망을 창조하는 것)

5. 매시 업(원융회통/섞어라, 버무려라, 그러면 주실 것이다)

6. 연필의 단면도(벌집 모양의 사고/원과 사각형의 끝없는 갈등과 긴장의 딜레마 사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육각형이 탄생한다)

7. 빈칸 메우기(함께, 그러나 홀로 있는 창조의 외로움과 즐거움)

8. 지의 피라미드(앎에서 삶으로/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어라/知好樂 모델)

9. 동근 별 뿔난 별(생각은 글로벌로, 행동은 로컬로)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오로지 자기만이 해닐 수 있는 비결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해답을 구하지 않고 그냥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요,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소금은 소금 성분 이외의 것, 이를테면 필요 없다고 생각한 불순물이 들어감으로써 제 맛을 내게 된다는 이 놀라운 이치.

 

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성을 영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독주하지 않고 국민의 동행자가 되려면, 카이사르 이후의 난국을 통치하는 데 성공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는 격언을 끝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헤세가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는 똑같이 생긴 돌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돌 하나가 없어지면 이 지구는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만큼 비게 되는 것입니다.

 

유대인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리면 노동이나 효용가치는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고정가치는 비바 악티바(Viva activa), 즉 인간의 활동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한나라 고조는 "말 위에서는 나라를 얻을 수는 있어도 백성을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난세의 무력이 평화의 문력으로 바뀌는 현상을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 파워'란 말로 설명합니다.

 

롤랑 바르트가 언젠가 고백했던 것처럼 서양문화의 특성은 이항대립체계로 되어 있어 모든 것을 나누고 한쪽을 배제하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동양에서 서양으로 들어갔다는 이 '가위바위보 시스템' 속에서는 절대적인 패자라는 것이 없습니다.

 

자유의 경제원리와 평등의 정치원리의 모순을 통합하는 프라테르니테의 '문화원리'야말로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해온 악몽의 유토피아를 참된 유토피아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자료가 풍부하고, 혜안이 돋보인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2008. 5. 2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