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정민의 '스승의 옥편'을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7. 11. 22:16

정민님의 '스승의 옥편'을 읽었다. 저자는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로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미쳐야 미친다'를 비롯하여 좋은 책을 여러 권 썼다. 이 책은 옛글의 행간, 세상읽기, 삶 읽기, 생활의 발견, 책 읽기와 글쓰기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저자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고전에서 따온 내용, 현대생활에서 느낀 점이 저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활자화되어 있다. 감동적으로 읽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또 한 영혼을 내 속에 간직한다.

 

추부는 늘 내게 말하곤 했다.

"인생 백 년에 잠자는 것이 반을 차지하고, 근심 걱정과 병든 날이 반을 차지한다. 강보에 싸인 어린 시절과 늙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또 반을 차지한다. 겨우 남는 것은 열에 하나나 둘일 뿐인데, 하물며 우리처럼 약해 빠진 체질로 오히려 백 년도 기약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유란성은 이렇게 말했다.

"한 달에 즐겁고 기쁜 것은 4, 5, 6일뿐이다."

 생각해보니 절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참으로 옳구나(청나라 장탄의 추등쇄억)

 

세상에 탐욕을 무릅쓰는 자는 항상 뜻하지 않는 재난에 걸려든다. 하지만 이익을 보면서도 두려워할 줄 아는 자는 면하게 된다. 이것으로 깨우쳐 경계로 삼을 만하다.

 

젊을 적 한가로움이라야 진정한 한가로움이다.

 

덕과 위엄은 서로 건진다(德威相濟)

 

우리가 독립운동을 한 것은 돈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니요, 가능성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아니하여서는 안될 일이기에 목숨을 바쳐 싸웠지 아니하냐(조봉암)

 

지금 내 자리는 제자리인가? 잡초는 없다. 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될 뿐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으면 된다. 소리내서 읽으면 더 좋다.

 

모든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의문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풍부하되 한 글자도 남아서는 안되고, 간략하나 한 글자도 빠뜨려서는 안된다(豊而不餘一字 約而不失一辭)(당나라 한유)

 

생각이 바로 서면 글이 어지럽지 않다......주자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사람이 법만을 추구하면 법도 얻지 못하고, 법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법은 저절로 얻어진다.

 

담담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2008. 7. 11.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