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맹자'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2. 25. 19:10

유난히 잘 안 읽히는 책이 있다. 몇 번이나 시작하지만, 번번히 끝을 채우지 못한다. 나에게 '맹자'가 그랬다. 몇 년간 씨름했던 '맹자'를 완독했다. 맹자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였던 전국시대를 살았다. 패도정치가 실현되던 그 시기에 왕도정치를 주장하였다.  이를 위하여 無恒産, 無恒心을 강조하였다.  물질 부분의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신부분의 안정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性善說을 주장하였다. 인간에게는 남의 어려움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도우려는 마음(측은지심), 불의를 보면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겸손하며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런 것을 가리고자 하는 마음(시비지심)과 같은 四端의 단서가 있어 인의예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맹자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인의를 해치는 사람은 이미 왕이 아니고 일개 범부에 불과하므로 그런 사람을 죽인 것은 왕을 죽인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일개 평민을 죽인 것에 불과하다는 구절(殘賊之人 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에 이르면 그의 진보성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양혜왕, 공손추, 등문공, 이루, 만장, 고자, 진심으로 구분되어 있고, 五十步 笑百步, 不敢請 固所願, 反求諸己 같은 낯익은 고사성어가 들어 있다.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仁者는 如射하니 射者는 正己而後發하여 發而不中이라도 不怨勝己者요 反求諸己而已矣이니라(인자의 태도는 활을 쏘는 것과 같으니, 활을 쏘는 사람은 자기의 정신자세를 바로잡은 후에 활을 쏴서 활을 쏘았으되 명중되지 않아도 자신을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아니하니,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아 찾을 뿐이다)

 

孟子曰 天時不如地利요 地利不如人和니라

 

民之爲道也는 有恒産者는 有恒心하고 無恒産者는 無恒心하니 苟無恒心이면 放벽邪侈를 無不爲已하니 及陷乎罪然後에 從而刑之면 是罔民也이니 焉有仁人在位하여 罔民을 而可爲也리오(백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기본적 경제력을 갖추고 살아가는 사람은 떳떳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일정한 생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정불변의 도덕심도 사라지게 되니, 진실로 불변하는 도덕심이 없다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악하며 사치한 일들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니, 백성들이 이로 인해 죄에 연루된 후에 이에 따라 형벌을 준다면 이것은 백성을 죄 주기 위해 그물질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이 왕위에 있으며서 백성을 죄 주려 그물질하는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孟子曰 愛人不親이어든 反其仁하고 治人不治어든 反其智하고 禮人不答이어든 反其敬이니라(남을 사랑하는데 남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신의 어진 태도에 대하여 문제가 없는지를 돌이켜보고, 남을 다스리는데 잘 다스려지지 아니하면 자기의 지혜로움에 대하여 반성할 것이며, 남에게 예의 있게 대하였으나 그에 대한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함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夫人은 必自侮然後에 人侮之하고 家必自毁而後에 人毁之하고 國必自伐而後에 人伐之니라(대저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이 그를 업신여기게 되고 집안도 스스로가 훼손시킨 후에야 남들이 훼손시키며 국가도 스스로 해친 후에야 남들이 정벌을 나서는 것이다).

 

太甲曰 天作孼은 猶可違어니와 自作孼은 不可活이니 此之謂也니라(서경 태갑편에 이르기를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초래한 재앙은 그것을 피하여 자신을 살릴 수 없다라 하였으니 이것을 이르는 말이다).

 

孟子曰 君子有三樂인대 而王天下不與存焉이니라 父母俱存하여 兄弟無故가 一樂也 仰不愧於天하며 俯不작於人이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가 三樂也니(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에 왕노릇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며 형제들에게 별탈이 없는 것이 첫째가는 즐거움이요. 자기의 행실이 바르기에 위로 하늘을 우러러 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아래로 굽어 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둘째가는 증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그를 가르쳐 훌륭한 인재로 만들어 내는 것이 셋째가는 즐거움이니).

 

孟子謂高子曰 山徑之蹊間이 介然用之而成路하고 爲間不用이면 則茅塞之矣나니 今에 茅塞子之心矣로다(맹자가 고자에게 이르셨다. 산길에 사람이 다니는 작은 길도 사람들이 사용하면 삽시간에 길이 되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곧 풀이 자라 길을 막으니 지금 띠풀이 그대의 마음을 막고 있는 것과 같구나)

 

논어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읽고 또 읽으면 뜻이 떠오르는 재미에 읽을만했다.

마음에 여유가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7. 12. 25.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