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이어령의 '디지로그'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9. 29. 21:23

2006. 5. 13. 읽은 이어령의 '디지로그' 중에서 되새겨볼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분단과 그 양극화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걱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게 때문에 먹는 것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의 문화 코드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코드를 읽는 학습과 훈련이 절실히 요망된다.

 

아날로그인가 디지털인가. 인간 문명은 그 선택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러기로 상징되는 디지로그형 새로운 정보 사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기러기형 디지로그 사회의 공동체에는 더 이상 사농공상의 피라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계층구조와 갈등은 순환구조에 의해 용해되고 말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처럼 문명은 농업-산업-정보의 선형적 물결로 오는 것이 아니라 계절처럼 둥글게 순환하게 된다.

 

독점할수록 그리고 희귀할수록 값어치가 나가는 산업시대의 상품들과 달리 정보나 정보기기는 공유할수록 그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 이미 시인 T.S. 엘리엇은 정보시대에 이르는 인류의 역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생활(living)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life)은 어디에 있는가.

지혜(wisdom)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knowledge)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information)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바위' 에서

 

(디지로그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명 융합을 말한다. 시대정신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화려한 문체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07. 9. 29.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