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이수광의 '나는 야위어도 천하는 살찌리라'를 읽었다.

자작나무의숲 2008. 9. 6. 14:43

이수광의 '나는 야위어도 천하는 살찌리라'를 읽었다. 저자는 1954년생 작가로서 '나는 조선의 국모다' 등의 책을 쓴 바 있다. 이 책은 부제 '5백년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이 말해주듯 조선시대 문장가 11명을 뽑아 그들의 대표적 문장과 문장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기록한 책이다. 끝에 김부식, 정지상의 문장을 비교한 대목도 눈 길을 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문장가는 다음과 같다. 김종직, 권필, 광해군 중전 유씨, 조광조, 사도세자, 정조, 정하상, 최시형, 이건창, 고정, 장지연이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옛말에 한창 자라나는 풀과 나무는 꺾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풀과 나무의 경우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선비의 마음을 꺾어서야 되겠습니까?

 

뜻은 넘치고 말은 막혀서 차마 아뢸 바를 모르겠습니다(조광조).

 

사도세자의 반성문 중에 그 절절한 심정이 통렬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실록에 기록된 일반적인 상소문, 차자, 윤음, 하령문과는 다르게 반복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하다 내가 노쇠한 나이에 이와 같이 수응한 것은 당나라 태종이 이른바 '나는 여위더라도 천하는 반드시 살찔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다(영조가 정조를 칭찬하면서 말했다).

 

가르치지도 않고 형벌하는 것은 백성에게 재앙을 주는 것이다

 

한양은 높고 부귀한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

사시사철 좋은 절기가 많지만

시골은 가난한 천민만 사니

추석밖에 좋은 날이 없네.

.....

남쪽 마을에서는 막걸리 거르고

뒷마을에서는 황소 잡는데

홀로 서촌의 이웃집에서

밤새도록 애절하게 울고 있네

누가 저렇게 슬프게 우는가.

......

나는 간다, 서방님 떠나시니

앞산 기슭에 가신 님 묻었다오

묻힌 서방님은 썩어 가는데

님이 뿌린 시앗은 알곡이 되어 익어 간다네.

누구를 위하여 곡식은 익는가.

(이건창의 '전가추석' 중에서)

 

은나라 탕 임금은 말하기를 '사방 사람의 죄는 나 한 사람 때문이요 나 한 사람의 죄는 사방 사람 때문이 아니라'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나를 두고 이름이라(고종)

 

조선시대의 문장과 역사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08. 9. 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