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아마티아 센의 '살아 있는 인도'를 읽으니

자작나무의숲 2008. 12. 31. 14:14

아마티아 센의 '살아 있는 인도'를 읽었다. 아마티아 센은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불평등과 빈곤 연구의 대가이고 사회선택이론의 독보적 존재라고 한다. 현재 하버드의 레이먼트 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경력과 무관하게 경제학 서적은 아니고 책 제목 그대로 인도의 참 모습을 소개하려고 애쓴 책이다. 저자는 인도를 힌두문명으로 분류한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비판한다. 그렇게 분류할 경우 인도의 역사 중 불교가 지배했던 1000년이 날아가고 무슬림 황제들이 지배한 역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현재 인도에 1억 4천 명 이상의 무슬림이 존재하며 인도가 세속주의 국가라는 것과 상치된다는 점 때문이다. 오히려 인도는 토론과 관용의 나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기원전 3세기에 불교를 신봉했던 아쇼카 황제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그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나아가 상대방의 의견을 '어떤 경우에 어떤 식으로든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라는 조항 등 지켜야 할 규칙을 제시했다......아쇼카 황제가 주문한 내용에는 '특정인이 적절치 않는 경로로 자기편을 추켜세우고 상대편을 깎아내리는 일이 없도록 발언권을 제한하도록 한다', '논쟁이 뜨거워져도 어떤 경우든, 어떤 식으로든 마땅히 상대방을 존중하도록 한다'와 같은 조항이 있었다.'한 사람이 이유 없이 자기편을 두둔하며 다른 사람의 믿음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비난할 때는 구체적인 근거를 대야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기편이 아닌 사람들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토론과 논쟁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세속주의자와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혹은 아예 종교가 없는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선거가 미치는 범위와 효율성은 전적으로 공개 토론의 기회를 어느 정도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속주의는 초점을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두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면서 중립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 차원에서 종교적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정의는 평등과 동의어다.

 

타고르와 간디의 입장을 가른 주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상 문제였다. 간디는 우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타고르는 민중들을 영원히 어린아이로 취급하려는 생각을 참지 못했다......두 번째 이견은 민족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간디는 민족주의를 옹호했다. 

 

타고르에게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애국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사명감 때문이었다. 타고르는 지나친 애국심은 밖에서 '비좁은 내벽'을 넘어들어오는 관념도 거부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정당한 명분을 지지하기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1930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타고르는 관찰과 반성적 개념을 통해 진리를 해석해야 한다고 고집스레 주장했다. 

 

타고르는 '애국심은 최후의 영적 피난처가 아닙니다. 나의 피난처는 인간성입니다. 나는 유리알을 사면서 다이아몬드 값을 치를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죽는 날까지 애국심이 인간성을 누르고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로 간결하게 답했다.

 

진실을 받아들이려면 정신이 자유로워야 합니다(타고르)

 

1930년 러시아를 둘러본 타고르는 다시 한 번 정신의 자유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기초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핵심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가 산티니케탄에 새운 학교는 남녀공학으로 여러 면에서 진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규율보다 동기를 중요시했고, 경쟁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다.  

 

사상의 기원은 순수성이 쉽게 보존되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야당이 집권당에게 정책을 변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민주주의다.

 

어이없게도 계급의 영향력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것들이 새로운 장애로 가세했고, 아군의 오폭 문제는 계급분할을 고질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동력과 행복 추구, 이 두 가지는 함께 움직이고 함께 변한다.

 

인도의 여러 주에서 성공적인 출산율 감소는 여성의 능력 향상, 특히 여성 교육, 경제적 독립, 취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크바르는 훌륭한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덕을 추구할 때 사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 없이 단지 좋은 것이기 때문에 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화에 대한 토론의 진정한 의미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에 관한 것도 아니고, 현대 기술의 중요성에 관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에 대한 토론은 심각한 힘의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세월을 거치며 세상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세게화의 흐름에 벗어나 문을 닫아걸 수는 없는 일이다.

 

인도라는 개념 그 자체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인도 국민을 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타고르)

 

결론적으로 인도 정체성을 포괄적을 보는 견해는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이고 내가 옹호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캘커타 대학을 졸업한 저자의 고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2008. 12. 31.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