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정진백의 '성자의 삶'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4. 21. 19:40

정진백의 '성자의 삶'을 읽었다. 오래 전에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었는데, 서재에만 꽂아 두다가 문득 눈길이 가서 책을 잡았다. 청화 큰스님의 행장과 그 수행처 탐방을 담은 내용이다. 정진백님은 월간 사회평론을 창간한 분으로 김남주 옥중시집 '조국은 하나다'도 펴낸 바 있다.

 

청화 큰스님은 1947년 세납 24세에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화상을 은사로 득도하였고, 출가 이후 무안 혜운사, 지리산 백장암, 두륜산 상원암 등에서 수행정진하였고, 1985년 전남 곡성군 태안사에서 삼년결사를 시작으로 회상을 이루고 대중교화의 인연을 지었다고 한다. 미주포교를 위하여 카멜 삼보사, 팜스프링 금강선원을 건립하고 삼년결사를 수행하였고, 설령산 성륜사, 도봉산 광륜사 조실,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있다가 2003년 11월 12일 열반하였다. 청화 큰스님은 하루 한끼 공양으로 法體를 유치하며 장좌불와, 묵언으로 참선 정신하여 전형적인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특히 염불선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제1편 행장에는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던 이야기, 결혼 이야기, 망운중학교를 설립한 이야기, 출가한 이야기, 수행처 이야기, 육조단경 번역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끊임없이 펼쳐진다.

 

제2편 수행처 탐방에는 청화큰스님이 수행한 곳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를 들면, 광주 추강사, 지리산 금강대, 남해 보리암, 진주 두방사, 동리산 태안사, 지리산 칠불사, 도봉산 광륜사, 설령산 성륜사 등이다. 여행삼아 들러 보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풍광이 뛰어난 곳들이다.  

 

이 책에서 읽었던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산속의 빼어난 풍광은

이 세상의 줄거움보다 훨씬 앞서네

솔바람은 우우 거문고 타고

단풍 숲은 기가 막인 비단색이네

홀로 앉아 보고 듣는 이것으로 족하나니

얻고 잃는 것은 이미 내 알 바 아니네

그대 날 찾아와 적막함을 위로하는가

나는 미소짓는데 그대는 심각해 하네

 

무릇 수행자가 공부가 얼마나 되었는지 측정하는 데는 그 下心의 정도로 알아볼 수 있다.

 

저 무거운 천석종을 보라.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 만고의 천왕봉이여, 하늘이 울어도 산은 울리지 않네

請看千石鐘 非大?無聲 萬古千王峰 天鳴山不鳴

(남명 조식)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요, 과학 없는 종교는 맹인이다(아인슈타인)

우주적 종교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종교는 불교다. 또한 현대과학이 결하고 있는 것을 메워 주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불교다(아인슈타인)

 

부처님 명호(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한 성불의 길이다. 꼭 부처님 명호를 놓치지 말고, 자나 깨나 앉느나 서나, 잊지 말고 외워라(청화 큰스님)

 

선정의 물이 없는 바싹 마른 지혜, 곧 허망한 분별 지혜로는 생사의 업을 못 녹입니다. 그래서 염불하는 분이나 화두를 참구하는 분이나 생각생각에 부처님 자리, 자기 본래면목 자리, 영원한 마음의 고향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서 최선의 길인 부처님 되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청화 큰스님)

 

불교 특히 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2007. 4. 21.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