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여럿이 함께 쓴 '신영복 함께 읽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9. 18. 00:25

'신영복 함께 읽기'라는 책을 읽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감동에 '나무야 나무야', '강의' 등

신영복 선생이 쓰신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던 습관이 있던 터라(그 중 나무야 나무야는 나의 평생 스승  김장하 선생이 1996. 10. 18.경 나에게 선물한 책이다) 다른 사람들이 읽은 신영복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만난 신영복은 어떤지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 책은 그 궁금증을 맑끔히 씻어 주었다.

 

이 책은 63인의 사람들이 신영복 선생에 대하여 말 하고 있다.

우선 제1부 신영복을 읽는다에서는, 강준만, 김호기, 조희연, 한홍구 등 학자들이 운동가로서, 사상가로서, 시대의 스승으로서, 서예가로서 살았던 선생의 삶과 글에 대하여  정리한다. 예전에 읽었던 선생의 책이 인용되는 문장 속에서 예전의 감동을 또 다시 느끼거나 기억을 회복할 수 있어 좋았다.

 

제2부 신영복을 말한다에서는, 신영복 선생과 만난 분들이 신영복 선생과 얽힌 경험을 이야기 한다. 동창생, 동문 후배, 스승, 제자, 동료 교수, 감옥 동료 등 수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만, 단연 나의 시선을 끈 사람은 신영복 선생이 대학교 가정교사를 하면서 가르쳤던 심실씨다.

 

그녀는 '나의 영원한 오빠, 휴머니스트 신영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960년대 입주과외 시절 신영복 선생이 얼마나 재미 있고, 운전기사, 가정부를 포함한 가족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는지를 증언한 다음, 선생을 닮고 싶어 1979. 12. 12. 군사구데타 이후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을 6개월 동안 숨겨 준 이야기, 신영복 선생이 20년 20일 교도소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되는 날 마중나간 이야기, 그 때 선생이 자신의 어머니께 감옥 안에서 직접 쓴 열두 폭 병풍을 선물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신영복 선생을 만난 이후로 자신은 '결코 평범한 부르조아가 될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제자였던 김승광씨가 들려주는 청구회의 추억은 신영복 선생이 왜 그토록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신영복 선생이 육사 교수시절 서오릉에서 우연히 만난 달동네 아이들과 한달에 한번 씩 만나며 이야기도 하고 소풍도 하며 순수하고 소박한 꿈을 나누었던 청구회 추억은,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한 지금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신영복 선생의 사상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김은정 전북일보 정치부장이 기억하는 선생의 말씀 중에서  '세상이 혼탁할수록 이론은 좌경적으로, 실천은 우경적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은폐된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뿌리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치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신뢰받는 집단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정치인도, 전경련도, 시민운동도, 노동자도 그 집단이 되기 어렵지요. 양심적 신뢰집단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부분이 특히 여운이 남는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은 강렬하나 그 방법에 어리둥절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2006. 9. 18. 창원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