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존 하트 일리의 '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 3. 23:19

존 하트 일리의 '민주주의와 법원의 위헌심사'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에서 1978년 이후 출판된 법률관련 서적 중에서 인용빈도 1위의 책일 정도로 유명한 책이라고 하는데, 번역은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을, 서울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바 있는 전원열 부장판사(현재 변호사)가 맡았다.

 

이 책에서는, 법관이 헌법을 그 문언 자체와 입법역사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도, 헌법에서 도덕적 권리와 가치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견해도 거부하고, 헌법으로부터 절차적 가치만을 추론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관은 민주절차가 공개되고 공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주장한다.

 

 

실체적인 가치를 선택하고 조정하는 일은 거의 전적으로 정치과정에 맡겨져 있고, 그 대신 헌법이 압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개별적 분쟁의 해결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의 과정과 분배에서 폭 넓은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헌법의 특징은, 미합중국 자체의 특징은, 통치의 과정인 것이지 통치이념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표민주제에서 가치의 결정은 선출된 대표자들이 하는 것인데, 내부자들이 자신들은 내부에 계속 남고 외부자들은 외부에 남도록 하기 위하여 정치변화의 통로를 막고 있는 경우, 실효적인 다수자에게 신세를 진 대표자들이 일부 소수자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이에 따라 대표 시스템에 의하여 다른 집단에게 부여되는 보호를 그 소수자에게 거부하는 경우 대표민주제에 기능장애가 일어난다고 한다.

 

선출된 대표자들이 변화의 통로를 막거나 다수자 전제의 장식물로 행동함으로써 실제로 시스템이 대표하도록 전제하고 있는 사람들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는, 정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외부자들이고 직위의 유지에 관하여 아주 간접적으로 고민하는 법관이 제격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임명을 받은 법관이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률에 대하여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도출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치변화의 통로를 틔우는 과정에서 취급한 주제를 몇가지 다룬다. 즉,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방해를 심사하는 사안에서 내세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기준 또는 '보호되지 않는 메시지' 접근 방법, 투표자격제한 사건에서 '누가 외부에 남아 있을지를 내부자가 결정하는 것은 믿을 수 없으며, 따라서 법원은, 누구도 이유 없이 투표권을 부정당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럴 이유가 존재하는 경우라도 아주 설득력 있는 이유를 요구하였던 점, 입법부에 의한 법형성과정을 향하여 위임금지이론을 내세웠던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자의 대변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입법의 위헌적 동기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과거 차별대상이 되어 왔던 집단에 대하여 구별을 하여 취급하는(의심스러운 분류) 법률이 있는 경우 이 법률의 위헌성 여부는 엄격심사를 하였던 점을 들고 있다.

 

부록에는 미국연방헌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해하기 쉽지 아니한 책이지만 미국 헌법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7. 1. 3. 창원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