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버트런드 러셀의 '인간과 그밖의 것들'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6. 6. 15:42

2005. 2. 14. 읽었던 버트런드 러셀의 '인간과 그밖의 것들' 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불변적 요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변하는 것들은 희망과 공포의 재료가 된다. 그러므로 사람의 정서적 삶의 성격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체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사람의 감정은 확실한 것보다는 의심스러운 것 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 후보의 장단점을 캐보지도 않고, 자신들이 항상 찍어왔던 표를 던진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우리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의 수준이 곧 우리 정치인들의 수준이다.

 

속물근성이 심각한 해악으로 변하는 경우는 그것이 잘못된 가치기준과 사회불평등의 허용으로 이어질 때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뛰어난 성공을 거두려면 두 가지의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능력이다. 타고난 능력과 교육의 결과로 얻게 된 능력을 합쳐서 하는 말이다. 둘째는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두번째 조건이다. 어떤 멍청한 사람이, 진정한 천재는 항상 겸손하다는 생각을 세상에 뿌려놓았다. 사실은 정반대다. 어떤 청년이 겸손하면 설사 능력이 있더라도, 부모와 동반자들로부터 조롱받는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천재라고 자부해도 검증되기 전까지는 비웃음을 사기 마련이니까.

 

불행하게도 권위자들이 수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단지 그것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통된 감정이 군중 전체에 작용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설사 그것이 유쾌하지 못한 감정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공유한다는 사실이,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어떤 종류의 불행에 처했든, 필요한 것은 감정적 쾌활함이 아니라 건설적인 사고이다.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감정이란 것은 모두 판단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대개 학교를 떠나온  후에는 신문을 통해  외국에 관한 지식을 얻으며, 자신의 편견에 아첨하지 않는 신문을 사보지도 않는다. 결국 그들이 얻는 지식은 자신의 선입견과 열정만 확증해주는 지식일 뿐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여자 고유의 본성으로 할 수 있는 기여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는 신랑신부는 이제부터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두 사람의 '의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의지로 통제될 수 없고 따라서 의무의 영역에 넣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중한 행동은 의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하늘이 내려주는 은총이다. 그 은총이 철회되었을 때, 그것을 상실해버린 사람을 욕할 것이 아니라 동정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재앙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수수방관의 어떤 구실도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지성인들은 회의주의를 떨쳐내든지 아니면 만인이 규탄하는 해악들에 함께 책임을 지든지 해야 한다. 그리고 학문의 아성 내에서 투덜거리고 점잔빼며 언짢아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이 민주주의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법을 깨치지 못하는 한 어떤 말을 해도 무용할테니까.

 

민주주의를 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인간본성에 담긴 충동의 힘이다.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것은 평범한 유권자가 무슨 정치적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인류의 어떤 집단이든 일단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나머지 인류는 삶의 좋은 것들을 누리지 않고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을 입증할 목적으로 각종 이론들을 고안해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볼 때 모든 문명의 진보에는 처벌강도의 완화와 신체적 응징의 감소가 동반되는 법이다. 보다 엄격한 도덕가들의 갖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보다 너그러운 형벌이 범죄를 줄여준다.

 

범죄자는 심리학적, 교육적, 사회학적, 경제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제시한다. 맹목적인 분노 상태에서는 이 어려운 문제를 바람직하게 다룰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돈이 아주 진실한 사랑의 원인이거나 원인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자유경쟁도 교정하지 못한 거대한 불의가 있으니, 재능이 고르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불공편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이 공상이 기억을 완전히 위조해버릴 수도 있다.

 

명예의 규범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명예가 일반 도덕규범보다 더 필수적인것으로 여겨진다.

 

(버트런드 러셀은 누구인가?

영국의 수학자, 철학자, 논리학자, 과학자, 사회사상가로 알려져 있고, 1950년에 노벨문학상 수상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수소폭탄실험 반대와 핵무기 철폐운동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투옥되기도 하였다. 그가 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2007. 6. 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