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브라이언 파머의 '오늘의 세계적 가치'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3. 24. 20:52

브라이언 파머가 엮은 '오늘의 세계적 가치(신기섭 번역)'를 읽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브라이언 파머가 2001. 9. 12.부터 '개인의 선택과 전 지구적 변화'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좌에서 초대한 석학 16인의 강의를 추려 편집한 내용이다. '개인의 선택과 전 지구적 변화'라는 제목의 이 강좌는 커다란 불평등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른 이들이 상처받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편안한 이들의 의무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계기를 삼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16인의 강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민중사를 저술한 역사가 하워드 진,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문학자인 일레인 스캐리, 언어학 및 철학자로서 너무 유명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노엄 촘스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 '과로하는 미국인 : 예상 밖의 여가 감소 추세'를 저술한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 양심에 따라 경영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 소유자의 상징이었던 에런 퓨어스틴, '노 로고 : 브랜드 약탈자들을 겨냥하기'를 저술한 기업권력의 비판자인 나오미 클라인, 하버드대 법대에서 종신 재직권을 얻은 첫 번째 흑인 여성 교수인 라니 구니어, 페미니즘 작가 캐사 폴릿, 증오 행위의 기원, 복수에서 용서로 나아가는 길을 탐구한 법학자 마사 미노, 발칸 주변 국가들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협상과 국제 심포지엄을 주도했던 주 오스트리아 미국 대사 스와니 헌트, '인권을 위한 의사들' 창립 이사회 일원인 제니퍼 리닝, 20세기의 매우 영향력이 큰 신학자 하비 콕스,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 세계 저개발 지역에 포괄적인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싸우려고 지역 공동체들과 함께 일하는 의사 폴 파머, '침묵이 존재하는 곳에 뭔가 말하는 것이 기자의 임무라고 믿는, '데모크라시 나우!'의 진행자  에이미 굿맨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비주류들인데, 이들의 존재와 역할이야말로 미국이 세계일류국가로서 기능하는 데 버팀목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강의 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즉, 하워드 진이 남부 흑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직접 실행할 때까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제15조를 시행하려 들지 않았다고 하면서 '민주주의는 인민들이 행동하는 것이지, 정부가 행동하는 게 아닙니다.'고 말하였다. 일레인 스캐리는 '사고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가지 분야의 책만 읽고 한 가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하고만 대화하는 것이다'는 존 로크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생각을 이어가는 방식 하나는 분야를 넘나드는 겁니다고 강조하였다.

 

노엄 촘스키는 '1920년대에 영국과 미국 같은 대부분의 자유국가에서 깨달은 사실은, 사람들에게 자유가 너무 과해서 과거에 했듯이 단지 힘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태도와 의견, 신념을 통제해야 했습니다. 조금 더 섬세한 방식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거죠. 이 때가 바로 홍보산업과 광고업계가 떠오른 때입니다'고 강의하였다.

 

로버트 라이시는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절반이어야 할 겁니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중위임금이란 전체 노동자 가운데 중간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뜻한다. 줄리엣 쇼어는 '노동시간을 점차 줄이고 노동시장에서 속도를 낮추게 되면, 실제로 혼란이나 실업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다른 형태의 경제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고 주장하였고,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는 또 한가지는, 텔레비전과 그 밖의 매체를 더 많이 접할수록더 소비에 빠진다는 사실입니다.'고 강조하였다. 덧붙여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는 나라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텔레비전 시청시간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들이고 기술을 익혀야 하는 여가 활동이 가장 많은 걸 얻게 해주고 가장 만족스럽기도 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고 말함으로써 과로에 대한 공공의 관심 문제에 집중해 온 경제학자의 연구성과를 보여준다.

 

에런 퓨어스틴은 1995년 몰든 밀스의 불로 직물공장이 대부분 소실되었을 때 해외로 옮겨 생산을 재개하라는 압력을 뿌리치고 본사 자리에 공장을 다시 짓겠다고 맹세하고 공장을 짓는 3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임금을 준 것으로 언론의 영웅이 된 사람인데, 그 때 보통 60일에서 90일이 걸리는 공장정리를 단 10일만에 해치운 노동자들 중 한 명으로부터 들었던 말을 다음과 같이 기억해 내고 있다. '에런, 우리한테 고마워할 것 없어요. 제가 장담컨대 당신한테 열배로 갚아 줄게요'

 

라니 구니어는 '무엇보다도 교육은 민주주의의 핵심부분이다......정당성이 있는 민주주의를 확보하려면 다른 사람들을 대표하는 지도자 집단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된다"'남성들은 면도를 하다가 면도날에 문제가 있으면 면도날을 보고는 이 면도날 망가졌잖아라면서 내버렸습니다. 망가진 면도날을 쓰는 여성들은 손을 비비면서 찡그릴 겁니다. 면도날 다루는 법이 잘못 되어서 살을 베었다고 믿는 거죠. 이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넘어서 더 큰 사회적 환경을 바라보는 대신 실패를 내재화하는 개념입니다.'라고 말하여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마사 미노는 '당신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길을 찾고 있다면 훨씬 즉각적이고 크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 의식에 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법은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제한된 수단입니다. 영화 극본을 쓰거나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고 강의하였다.

 

스와니 헌트는 '여성들은 가로막고 제동을 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여성이란 무언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잃지 않기 위해서 계속 다른 여성들과 접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고 주장하였고, 하비콕스는 '시장은 이제 말 그대로 신입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피터싱어는 '결론을 내리는 기구의 선출 과정이 공정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법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결정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고 역설하였고, 에이미 굿맨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은 지배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하였다.

 

강의 내용을 요약한 책이라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오늘의 세계적 가치에 대하여, 미국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2007. 3. 24.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