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홍세화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8. 11. 20:13

1999. 9. 5. 읽은 홍세화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중에서 의미를 새겨볼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빅토르 위고가, "세계 사람은 모두 두 개의 조국을 갖고 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난 나라이며 또 하나는 프랑스이다"라고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문화적 우위에 대한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의 힘과 영향력은 정치, 경제, 군사적 힘과 영향력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 철학과목을 포함시키는 세계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또 철학시간에 골머리를 앓았던 경험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말은 중대한 지배의 무기다. 문화적 지배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도 지배의 영향력을 키워간다. 프랑스인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철학교수인 제라르 F.씨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똘레랑스라고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똘레랑스가 데모크라시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데모크라시는 이미 추상화된 이념이 되었는데, 똘레랑스는 여전히 실천적인 함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광신주의자들의 열성이 수치스러운 것이라면 지혜를 가진 사람이 열성을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다. 신중해야 하지만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프랑스에서 "사회정의는 질서에 우선한다"라는 화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알베르 카뮈가 처음 선언한 뒤로 지금 이 시간에도 예컨대,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필 이냐시오 라모네는 줄기차게 이 화두를 붙잡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체제는 기존인 까닭에 질서의 이름으로 사회정의를 무시하려는 관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회정의가 질서에 우선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재확인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정체되거나 퇴행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81년에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사회정의가 없는 곳에 질서도 안보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읽었던 비장함, 절절함, 간절함 같은 것은 덜 느껴지지만, 프랑스와 대한민국을 비교하는데,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비교하는데 더 없이 유용한 책이다.

 

         2007. 8. 11.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