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9. 16. 17:12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읽었다. 자크 아탈리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지성으로서 1981년 사회당 정부의 집권 이후 1991년까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이 책은 시장과 민주주의가 공동결정의 과정에서 용납될 수 있는 유일한 메카니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회민주주의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크 아탈리는 이를 '인간적인 길'이라고 표현한다. 즉, 사적 소유를 넘어서는 것이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아니라 책임과 지식의 공유라는 점, 맹목적인 권력인 시장을 넘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자크 아탈리는 시장과 민주주의가 서로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상호대립적으로 움직임을 주목한다.  전자는 상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모든 경계를 상시로 넘나드는 것을 전제로 하고, 후자는 행동의 폭을 규정하기 위해 영역 한계 설정을 필요로 한다. 전자는 저마다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사회가 이상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전제하며, 후자는 그와 반대로 소수자가 다수자의 결정에 승복할 때 최상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개인적 성공을 옹호하나, 후자의 논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오는 이로움에 근거하고 있다.

 

더욱이 자크 아탈리는 시장이 사실상 민주주의보다 항상 강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까지 힘을 발휘하는 점에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시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인해 국가는 시장이 조장하는 소득과 자산의 불공평한 분배구조를 바로잡을 수단을 박탈당하고 있다......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을 가난한 다수에게 주려고 하는 반면, 시장은 부유한 소수에게 경제적 권력을 부여한다.

 

미테랑 집권 2기의 초대총리를 지낸 미셀 로카르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하여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시장경제 속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와 고질의 공공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권을 철저히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의한다.

 

자크 아탈리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즉, 인간적인 길은 다음과 같다. 

 

내가 보건대 좌우의 진정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 있다.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재화인 까닭은 인간이 생산, 공급, 교환, 판매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시간'이란 의미 있는 시간이고, '불량한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유토피아란 저마다 '양질의 시간', 진정으로 '충만한 시간', '주도적으로 성취해가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로 그곳에 있다. 

 

시장에 대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 복잡한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저쪽에는 생산재화의 집단소유가 아니라 무상제공이 있다. 민주주의 저쪽에는 전체에 대한 소수 혹은 소수에 대한 전체의 독재가 아니라 책임성이 있다. 쇼의 저쪽에는 선전이 아니라 지식이 있다.

무상제공 : 인간 본질이 총체적으로 상품화하는 함정을 피하고 노동의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사물과 서비스가 시장을 벗어나 돈과의 교환이 중단되어야 한다. 노동이 매매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자발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강조한,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하는 프로슈머 경제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 

 

지식 : 시장사회에서 지식은 물품과 구경거리와 상품화된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그 같은 흐름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 사람이 '자기 통찰'의 수단, 곧 학습과 호기심,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등을 위한 수단을 가져야 한다.

 

책임성 : 공동 결정이 필요한 모든 영역과 모든 공공단체, 사설기관에서 맞춤 형식의 상설적인 직접민주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민주주의가 시장 사회민주주의와 구별되는 점은 시장 상품과 공공서비스에의 평등한 접근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벗어난 영역을 확대하고 인간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시간 사용에 있어서 상업적인 것과 다른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는 데에 있다.

 

자크 아탈리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핵심 개념으로 관계, 언어, 네트워크를 우선 꼽는다. 가난함이란 지금까지는 '갖지' 못한 것이었으나, 가까운 장래에는 '소속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면서, 인간관계성 자산에 주목한다.

 

자크 아탈리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열 가지 개혁 과제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는 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한다. 개개인의 사회자본의 질을 향상시킨다(그 방법의 하나로 중학교 입학시험 부활을 주장한다). 무상제공을 확대한다.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의 차원으로 옮겨간다, 세계정부의 탄생에 힘을 모은다가 들어 있다.

 

'제3의 길'을 쓴 앤서니 기든스의 사상(직업교육을 매우 강조하였다)에 대하여 시장 사회민주주의라고 평가하면서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적인 길'을 제시하는 이 책에서 여러분도 대안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7. 9. 1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