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하노 벡의 '일상의 경제학'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0. 18. 23:24

하노 벡은 독일 유력 일간지의 경제전문 에디터이다. 그가 쓴 '일상의 경제학'은 일상생활에서 경제학 원리를 발견하고 설명하므로, 이해하기가 매우 쉽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 무료 교육에 대하여, 노동자들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부유한 가정의 아들과 딸들도 지원을 받고 있는 점, 독일 대학생 중 노동자의 자녀는 2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하노 벡은 그 대안으로 정부가 대학생에게 교육비를 대출하고, 대학을 마치고 나면, 정부는 채권을 행사하여 당사자 수입에서 일정 비율을 학비 상환금으로 받아가는 제도를 제시한다.

 

어느 해는 돼지 공급이 지나치게 과대하고 그 다음 해에는 돼지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이른바 '돼지 사이클' 현상의 원인은 오랜 사육 기간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데 있음을 지적한다.

 

청바지에 결함이 없는데 제조업체가 청바지에 결함이 있다고 속이면서 싼 값에 판매하는 현상을 거론하면서, 그 이유를 제조업체가 자신들의 청바지를 정가의 가격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그러면 청바지의 가격을 내리면 될 것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는, 유명 브랜드를 제 값에 사려는 사람들에게  제값을 받기 위해서라고 답변한다. 말하자면 한 가지 아이템으로 두가지 제품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구사하여 넓은 범위의 구매층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EU에서 실시하는 농산물 최저가격제와 쿼터제는 낭비와 비효율성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한다. 차라리 그냥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과목에 대하여 시험을 치른다고 가정할 때 공부시간을 분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3과목 시험을 모두 준비하는 것이라는 예를 들면서, 대부분의 활동에서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할수록 비용의 추가적인 성과는 줄어든다는 명제를  정립한다.

 

품질을 미리 판단할 방법도 없고 판매자에 대하여 알지 못할 경우 다수의 고객이 선택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사람들이 줄이 긴 노점에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현상을 설명한다.

 

보험과 축구내기의 공통점을 비교하면서 축구내기는 자기가 지지하는 팀의 패배에 걸라고 주문한다.

 

파출부를 고용하는 것이 스스로 집안 일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예를 들면서, 직업군인제도를 옹호한다. 직업군인제도는 국방비를 명확하게 해주면서 비용감소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도둑의 예를 들어 범죄자는 적은 수고와 리스크를 전제로 일을 저지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도난방지시스템은 훔치는 수고가 물건으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더 높아지는 정도로만 안전조치를 취하는 데 그 계책이 있다고 역설한다. 결국 범죄자와 싸우는 방법에 관하여, 처벌의 수위를 극단적으로 높이든가 경찰의 힘을 강화시켜 범인 체포율을 높이든가 해서 범죄자에게 그 비용을 감당하도록, 즉 범죄의 이익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고판매차를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고차 판매자가 스스로를 드러내도록 유도하고,  나를 속이고 싶다는 유혹에서 판매자가 멀어지도록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험회사의 자기부담금 제도도 보험계약자가 스스로를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노동시장에서 레몬카를 골라내는 한가지 방법은 학위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동통신회사가 공짜로 핸드폰을 주는 이유는 네트효과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핸드폰이 늘어날 수록 핸드폰의  이익이 커지고 그럴수록 핸드폰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니 세상이 더 쉽게 이해된다. 본질 그 자체는 아닐지 몰라도,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을 여는 셈이다.

 

                                 2006. 10. 18.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