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경제경영)

존 갤브레이스의 '풍요한 사회'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0. 13. 23:54

존 갤브레이스의 '풍요한 사회'를 읽었다. 존 갤브레이스는 스스로 인정하듯이 주류경제학자는 아니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자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미국의 비주류경제학자다.

 

이 책은 애덤스미스, 리카아도, 맬더스로 이어지는 주류경제학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주류경제학이 강조한 것이 생산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주류경제학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이 불평등이었음도 확인한다.

 

그러나 존 갤브레이스는,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불평등이라는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줄어들었음을 말한다. 그 이유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격렬한 대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부자의 정치사회적 지위가 달라졌다는 점, 생산증대가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오면서부터 서로 화해할 기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적 보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었으며 이는 생산성 향상과 모순되기는커녕 높은 성장률과 양립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경쟁사회 모델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안요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욕구가 그것을 충족시키는 과정에 의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경쟁심리 또는 생산자의 광고나 마케팅 전략이 작용한다.

 

그리고 금융정책이 소비자의 차입 및 지출과 효과적으로 연관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한다.  다만, 농업과 소규모 건설업, 소매업, 서비스업, 종개업 등의 경쟁산업 등 제한적으로 금융정책이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민간부분과 공공부분의 불균형, 물적 자본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의 불균형이 현대사회에서 매우 큰 문제로 등장한다. 예컨대, 놀랍게 성장하는 민간부분과 턱없이 모자라는 공공서비스를 대조한다. 공공부분 임금이 민간부분보다 훨씬 처지는 경향이 있어서 유능한 사람이 공직을 떠난다는 점, 재산세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서비스가  연방정부의 공공서비스에 비하여 훨씬 뒤쳐지는 점을 강조한다.

 

물적자본에 대한 투자는 민간부분의 결정에 따라 분배됨으로써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주로 공공부분이 맡음으로써 많은 제약을 받음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생산과 소득보장의 분리를 주장한다. 생산에 참여하지 못해도 일정한 소득의 보장을 요구한다. 실업수당 제도에 관하여 그 액수를 평균소득에 훨씬 더 가깝게 끌어오리고 그 기간도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 이로 인하여 희생되는 생산보다 실업수당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상황을 완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처방은 공공서비스의 확대 특히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을 매우 강조하고, 그 자원으로 판매세를 강조한다. 판매세의 활용도를 높여 좀 더 많은 자원을 공공의 필요를 위해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직업 즉, 노동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찾는 '새로운 계급'이 등장하였고, 새로운 계급은 폐쇄적인 계급이 아님을 역설하면서, 다만 새로운 계급으로 진입하는데 교육의 기회가 열쇠임을 지적한다. 새로운 계급을 늘리는데 효과적인 요소가 교육이므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질적,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사회진보의 기본적인 지표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몇몇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이지만, '풍요한 사회'의 개념을 이해하고, 풍요한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발생하고 연관되며 해결되는지에 대한 틀을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라고 본다.

 

존 갤브레이스가 40년만에 고쳐썼다는 '풍요한 사회'의 일독을 권한다.

                           

                                 2006. 10. 13.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