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를 다시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9. 28. 22:50

'신영복  함께 읽기'라는 책을 읽고 문득 서재에 꽂힌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를 꺼내 들었다.

이 책은 1996. 10. 18.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서 '선생님이 주신 뜻을 생각하며' 읽었다고 그 책 끄트머리에 적혀 있었다.

 

다시 읽었는데, 예전의 기억은 살아나지 아니하였다.

아마도 오래되었거나 예전에 건성으로 읽은 탓이리라.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주제를 가지고 국내 여행을 하면서 엽서 형식으로 띄운 글을 모은 것이다.

 

허준과 스승의 이야기가 숨쉬는 밀양 얼음골, 황희와 한명회가 지은 반구정과 압구정, 만해가 수행하고 일해(전두환 전 대통령)가 쫓긴 자의 삶을 살아간 백담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충무공의 한산섬, 남명 조식 선생의 혼이 숨쉬는 지리산 등등이 신영복 선생이 다녀간 곳들이다.

 

평강공주의 혼이 어린 온달산성에서 띄운 엽서의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띄운 엽서의 '政은 正이고 權은 均衡이라고 하였습니다'와

 

충무공의 삶이 녹아 있는 한산섬에서 띄운 엽서의 '천재와 위인을 부정하는 당신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광화문의 동상 속에 충무공이 없다는 당신의 말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강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의 힘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며, 가장 현명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와

 

남명 조식 선생의 산천재에서 띄운 엽서의 '재야의 요체는 독립성이라 믿습니다. 오늘로부터의 독립이라 믿습니다.'와

 

섬진강 나루에서 띄운 엽서의 '없이 사는 사람들의 부정은 흔히 그 외형이 파렴치하고 거칠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마치 맨손으로 일하는 사람의 손마디가 거친 까닭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와

 

강릉 단오제에서 띄운 엽서의 '調는 글자 그대로 말(言)을 두루(周) 아우르는 민주적 원리이며 和는 쌀(禾)을 나누어 먹는(口) 밥상공동체임에 틀림없습니다'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거친 범죄에 분노하는 자신을 성찰하는 밤이다. 맨손으로 일하는 그들의 거친 손마디에도 주의를 돌려야 하지 않을까?

 

2006. 9. 28. 창원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