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프레드 엡스타인 등의 '내가 다섯 살이 되면'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4. 14. 12:58

프레드 엡스타인, 조수아 호르비츠가 지은 '내가 다섯 살이 되면'을 읽었다. 프레드 엡스타인은 뉴욕대학교 병원의 소아신경외과 과장을 거쳐 뉴욕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종합병원 부설 신경학신경외과 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서 선구적인 외과수술 기술과 인간적인 치료로 수천 명의 어린이 환자들의 소중을 목숨을 구해 냈고, 소아신경외과 분야의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뜻하지 않는 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현재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프레드 엡스타인이 한 달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1년이 지났을 즈음 지난 시절 소아신경외과 치료 과정에서 만났던 어린이들을 추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제목 내가 다섯 살이 되면(If I Get to Five)은 25년 전 뇌종양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온 네 살짜리 꼬마환자 네오미가 진료의사였던 저자에게 '내가 다섯 살이 되면요,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거에요'라고 했던 말에서 따왔다. 저자는 그 때 이 네 살배기 꼬마에게서 진정한 용기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어린이 환자에게서 배운 용기로 자신의 재활훈련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슬픔과 불행이라는 땅에 묻혀 있는 작은 씨앗, 희망이라는 씨앗에서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자란다는 것 말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위대한 사랑으로 조그마한 일을 할 뿐입니다(마더 테레사)

 

첨단기술만으로는 한 아이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달래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왜 몰랐던 것까요?  

 

그 때부터 나는 다른 종류의 치료환경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적인 전문성보다는 정서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소아과 말입니다.

 

누군가를 사랑으로 대하려면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하죠.

 

나는 환자와 환자가족들에게 우리 집 전화번호도 알려주었습니다. 의사와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환자들은 한결 마음이 놓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으면 치료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불행한 현실에 대한 냉소와 방관은 현실을 바꾸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에 하루씩 사는 것이다(아브라함 링컨)

 

존재의 가치란 사는 날의 길고 짦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인가를 가늠하는 것은 허락된 시간을 얼마나 충만하게 보냈는가,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웃과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누며 살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른들은 대개 두 가지 시간의 덫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덫은 불안입니다. 두 번째 덫은 외면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여기라고 아이들은 일러 줍니다.

 

아이들이 죽어 가는 것을 그냥 바라보느냐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느냐, 내게는 두가지 선택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병마와 싸워 이기고 나면 삶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해지고 자신감과 에너지를 얻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에요.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죠. 이런 줄리안의 말은 열외자의 신념과도 같습니다.

 

내가 살리지 못한 아이들의 장례식과 추도식에도 수없이 참석했습니다.

 

수술중에 종양과 맞닥뜨리는 순간에는 또 다른 종류의 비전이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그것은 바로 직관과 경험입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용기는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판단하는 일이다(암브로스 레드문)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지금 당장은 바보 소리듣는 걸 마다하지 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난 실패한 적 없다. 적어도 효과가 없는 방법을 1만 가지나 알아냈으니까(토마스 에디슨)

 

용기라는 것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 말이죠.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으로부터 물러나지 않는 것, 두려움과 당당히 부딪히는 것입니다.

 

나는 학교성적이 좋지 않아서 늘 우울했습니다. 의사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불가능할 것 같아 항상 고민이었죠.

 

나는 유머감각이 있었고 웃음이 사회에서 비싼 값으로 통용되는 화폐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마이클 패러데이)

 

희망을 주는 것 의사가 할 일이 아닙니다 / 희망을 빼앗는 건 의사의 일이 아닙니다.

 

투병하는 동안 사마라(저자의 딸)는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느끼게 된 반면 신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고 합니다. 이 세상은 불완전한 곳이며, 착한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삶으로 증명해 보여라

 

도움 받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회복의 관건입니다.

 

믿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

 

뒷걸음질치는 건 가재뿐이다.

 

자신을 가누기에도 어린 아이들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면서도 주눅들기는커녕 부모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절로 눈시울이 붉여졌다.

 

         2007. 4.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