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관한 사족

자작나무의숲 2006. 9. 14. 15:34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관한 사족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에 무식한 국회의원 14명의 표가 무효처리되는 바람에 가능했다고 하시는데, 사족을 달면 이렇습니다.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사법연수원 18기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른바 2차 사법파동이 있은 후 사법연수원 18기에서도 서명운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큰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용철 대법원장 유임이 좌절되고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철없는 우리도 의견을 제시할 때가 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시보를 하고 있던 18기 사법연수생(특히 노동법연구회)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이 시작되었고, 광주 지역을 포함한 약 200명의 연수생이 참가했던 것 같습니다.

 

그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곳이 을지로 부근의 레스토랑이었던 같고(상호는 기억나지 않고), 성명서도 갑자기 준비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의 초안(그 중의 하나가 현재 인천에서 활동하는 최원식 변호사의 초안이었던 같습니다)을 현재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재형 시보가 최종적으로 짜깁기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성명서 중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의 인품과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그 분이 현재 위기에 처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격인지 의문이 든다’는 취지의 문구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짜깁기한 김재형 교수의 작품입니다.

 

인쇄만큼은 제대로 하기 위하여 제가 강릉에서 개업하고 있는 임상대 변호사와 함께 을지로 부근 인쇄소를 돌아다녔으나 기자들에게 주기로 한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안을 가위로 오려서 풀로 붙이는 방법으로 편집한 다음 이를 복사하는 식으로 해서 겨우 정해진 시간에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배포하였습니다. 그 때 한겨레신문 김이택 기자가 왔던 기억이 납니다.


18기 사법연수생의 서명운동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 다음날인가 19기 사법연수생들이 서명운동에 들어갔죠. 그 직후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처리된 것으로 기억납니다. 국회의원 14명이 한꺼번에 무식하게 된 데는 위와 같은 철없는 연수생들의 서명운동이 개미 발자국만큼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요?


2002. 4. 24. 우리법연구회 인터넷게시판에 부산지방법원 판사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