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헌법의 자리

자작나무의숲 2022. 10. 17. 11:29

1. 개괄
박한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가 쓴 '헌법의 자리'를 읽었다. 저자는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다.

이 책은 13개의 헌재 결정을 분석하고 헌법재판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21세기 사회통합국가 헌법을 강조한다.

2. 발췌
나는 훌륭한 헌법재판이란 직선과 곡선, 그리고 색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고 생각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직선, 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창의성을 뜻하는 곡선, 그리고 의견과 가치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색채가 어우러져 고된 현실에 부대끼는 국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희망을 주는 선율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크 데리다는 "용서를 할 수 없는 죄만 용서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다. 데리다에 따르면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용서할 수 없기에 용서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용서는 용서의 요청과 수락이라는 합의의 형태를 지닌다. 데리다의 세계에서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침묵한다. 용서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주도적이라기보다 어디까지나 국회나 정부가 사회통합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도적 조정적 역할에 그쳐야 할 것이다. 헌법규범이 갖는 정치적 성격이나 헌법재판의 사법 작용으로서의 한계에 비추어 볼 때 모든 헌법적 이슈와 쟁점을 헌법재판소가 재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권력분립 원칙이나 민주적 정당성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은 적과 동지의 구별을 의미한다. 여기서 적이란 경쟁 상대 또는상대방 일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적이란 현실적 가능성으로서의 투쟁하는 인간 전체이며 그러한 전체와 대립하는 또 다른 전체를 말한다. 따라서 적은 공적인 적만을 말한다.

3. 소감
일독을 권한다.

2022. 10. 17. 서울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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