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존 롤즈
존 롤즈가 쓴 <사회정의론>을 다시 읽었다. 17년만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그는 195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 <분배적 정의>, <시민불복종>, <정의감>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1971년 이를 종합하여 이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원리론, 2부는 제도론, 3부는 목적론으로 되어 있다. 정의의 두 원칙을 소개하고, 공리주의와 여러 가지 점에서 비교한다. 키워드는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평등한 자유, 분배의 몫을 들 수 있다.
정의는 어떤 이들이 가진 자유의 상실이 다른 이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즉 공정으로서 정의관에서는 옮음(의)이라는 개념이 좋음(선)이라는 개념에 선행한다.
정의의 두 원칙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유사한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한 기본적 자유에 대하여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평등한 자유의 원칙). (2)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가)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되고(민주주의적 평등), (나) 그 불평등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에 결부되어야 한다(공정한 기회 균등로서의 평등). 여기서 (1) 원칙은 (2) 원칙에 우선하고, (2)(나) 공정한 기회는 (2)(가) 차등의 원칙에 우선한다.
전통적인 관념을 정의의 두 원칙에 대한 민주주의적 해석과 연결짓는다면, 자유는 제1원칙에, 평등은 제1원칙과 더불어 공정한 기회 균등에 있어서의 평등의 관념에, 박애는 차등의 원칙에 연결된다.
2. 정의론
이 책은 정의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혁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복으로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됨을 거부한다.' '그보다 나은 이론이 없을 경우에만 결함 있는 이론이나마 따르게 되듯이, 부정의는 그보다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기본 구조에 대한 정의의 원칙들이 원초적 합의의 대상이라고 본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 증진에 관심을 가진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 그들 공동체의 기본 조건을 규정하는 것으로 채택하게 될 원칙들이다. 공정한 원초적 상황에서 합의된 점에서 공정으로서 정의관이라고 부른다.
그가 제시하는 정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며 (2)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 오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임을 내새우는 것이다. 불운한 자의 처지가 그로 인해 더 향상되면 소수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고 해도 부정의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입법자와 재판관이 갖는 특전과 권한이 보다 불리한 자의 처지를 향상시킨다면 그것이 시민 전반의 처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된다.
유사한 것은 유사하게 취급한다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정의에 대한 충분한 보장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형식적 정의, 즉 규칙성으로서의 정의만 있어도 대단한 부정의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만약 제도들이 참으로 정의로운 것이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이 특정한 사례를 처리함에 있어 사적이고 금전적 혹은 다른 부당한 고려 사항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자신의 보다 큰 천부적 능력이나 공적을 사회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출발 지점으로 이용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차이점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다. 기본 구조는 이러한 우연성이 최소 수혜자의 선을 위해서 작용할 수 있도록 편성될 수 있다.
롤즈는 당사자들이 무지의 베일 속에 있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여러 대안들이 그들의 특정한 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그들이 몰라야 하며 일반적인 고려 사항만을 기초로 해서 원칙들을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당사자는 어떤 종류의 특정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가정된다. 여기서 원초적 입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롤즈가 택한 특수한 가정은 합리적 인간이란 시기심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만 입힌다면 자신의 손실도 선뜻 받아들이려는 그러한 자가 아니다. 그 대신에 어떤 대안의 최악의 결과(최소)가 다른 대안들이 갖는 최악의 결과에 비해 가장 우월한 경우(극대화) 그 대안을 채택하게 된다는 최소 극대화의 원칙에서 유사성을 발견한다.
정의의 두 원칙이 실현될 경우 각자의 자유는 보장될 것이며 차등의 원칙이 의미를 갖게 되어 모든 사람이 사회 협동체의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효용의 원칙이 실현될 경우에는 모든 이가 혜택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롤즈는 '시민 불복종 행위가 항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로 그 법을 위반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에 우리는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교통 법규나 비행에 관한 법을 어길 수 있다고 본다. 상해하고 해칠 가능성이 있는 폭력행위에 가담하는 것은 청원의 양식으로서의 시민 불복종과 양립할 수 없다고 본다. 사실상 타인의 시민적 자유에 대한 간섭은 어떤 행위가 갖는 시민 불복종적 성격을 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에 대한 위반은 보다 적합한 시민 불복종의 대상이 된다. 만일 과거의 행동을 통해서 다수자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거나 혹은 무감각함이 밝혀진다면,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더 이상의 시도는 효과가 없는 것이며 정당한 시민 불복종의 두번째 조건이 성립하게 된다.
롤즈는 '정의로운 사회에서 자존감의 근거는 소득의 몫이 아니고 공공적으로 인정된 기본적 권리와 자유의 분배이다.'라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지위를 규정해줌으로써 실제로 동등하게 될 수 있는 기본적 자유의 할당에 의해 가능한 한 자존감이라는 기본선을 지지해주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동시에 흔히 이해되는 대로의 분배적 정의, 즉 물질적 수단의 상대적 몫에 있어서의 정의는 부차적인 지위로 떨어진다고 본다.
3. 시대정신
2016년 대한민국에서 정의에 대한 요구는 매우 뜨겁다. 우선 형식적 정의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이를 웅변한다. 그리고 공정한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평등한 자유의 영역을 넓혀달라고 요구한다. 특히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2)(가)의 차등의 원칙을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솔선수범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혜택받는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 사회가 정의롭다고 그가 믿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2016. 9. 18.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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