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18. 칠엽수

자작나무의숲 2016. 5. 25. 08:30

 

1. 산책

종종 부산시민공원에 산책을 간다. 아침에 갈 때도 있고, 밤에 갈 때도 있다. 아침은 아침이라서 좋고, 밤은 밤이라서 좋다. 우선 나무가 많다. 나무마다 이름표가 달려 있어 나무 이름을 외우기에 좋다. 진주지원에 근무할 때도 연암공대 뒷산을 자주 갔는데, 나무에 이름표가 달려 있어서 나무 이름을 외우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귀는 데 첫 번째 방법은 상대방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효과가 크다. 나무라고 다르겠는가? 내가 나무의 이름을 불러 주면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나의 나무가 된다. 오늘은 산책길에 칠엽수를 만났다. 칠엽수 10여 그루가 열을 지어 심어져 있었다. 봄 햇살을 받고 바람을 입어 싱그러웠다.

 

2. 칠엽수

일본 원산으로 중부 이남에서 심어 기르는 낙엽 큰키나무이다. 줄기는 높이 30m에 이른다. 잎은 어긋나며, 작은잎 5-7장으로 된 손바닥 모양 겹잎이다. 작은잎은 긴 도란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길이 15-40cm, 폭 4-15cm,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붉은 갈색의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의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붉은빛을 띠는 흰색이다. 꽃차례는 길이 15-25cm이다. 꽃받침은 불규칙하게 5갈래로 갈라지며, 꽃잎은 4장이다. 수술은 7개다. 열매는 삭과이며, 3개로 갈라진다. 국내에서 ‘마로니에’로 부르기도 한다. 잎이 일곱개라서 칠엽수라고 이름을 붙인 모양인데, 잎이 실제로는 5~7장인 모양이다.

 

3. 개명

가정법원에서 개명사건을 처리한다. 개명 전 이름을 보면 말자, 헌자, 영자와 같이 자로 끝나는 이름이 많고, 남녀를 혼동할 수 있는 이름이 많다. 그런데 이름이 괜찮은 것으로 보이는데 바꾸어 달라는 경우도 제법 많다. 웬만하면 고쳐 주지만, A라는 이름에서 B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허가하였고 곧이어  A로 바꾸어 달라고 해서 개명을 다시 허가했는데, 또다시 B로 바꾸어 달라는 신청을 들어온 사건에서, 3년 안에 이름을 3번이나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고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각한 사건도 있었다.

개명 후 이름을 보면 경향이 있는데, 요즘은 준서와 같이 서가 들어 있는 이름을 선호하는 것 같다. 드라마의 영향인지 서영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달라는 사건도 제법 있다.

어쨌거나 잎이 일곱개라고 보아 칠엽수라고 지었는데 실제로 5~7개이면 개명을 해야할까? 오육칠엽수?

그러고 보이 나의 필명 자작나무는 과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그럼 개명을 해야 하나? 평민나무?

 

                2016. 5. 25. 부산에서 자작나무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박태기나무  (0) 2015.04.21
15. 전나무  (0) 2014.08.17
14 녹나무  (0) 2014.05.11
13. 고로쇠나무  (0) 2014.02.01
12. 은행나무  (0) 201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