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역사)

경남의 숨은 매력

자작나무의숲 2016. 5. 18. 08:30

1. 개괄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쓴 <경남의 숨은 매력>을 읽었다. 저자는 <습지와 인간>,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를 쓴 바 있다. 이 책은 20군데 시군에 있는 유적지, 유물을 돌아보고 거기에서 역사를 불러낸다. 책에서 근거를 찾기도 하고, 상상력에서 근거를 찾기도 한다. 서문에서 "'상상력은 한번쯤 다르게 생각해보는 힘'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지금까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생각이 확장되기도 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거제 칠천량에 들러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한 원균의 억울함을 들어주기도 한다. 

 

2. 발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삼아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의 역사를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 반대입니다.

 

이국땅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수많은 명나라 군사들의 영혼은 무죄입니다. 그러나 전쟁 도중은 물론 끝나고 나서도 명나라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초를 생각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명언을 조명군총 앞에서 거듭 떠올리게 됩니다. 스스로 힘을 기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룬 승리의 비극을 곱씹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솔사는 소설가 김동리도 품었습니다. 1935년 등단하여 1961년 문제작 '등신불'을 발표하였는데 그 창작배경이 다솔사입니다. 일제 강점기 다솔사에 머물 때 여기서 소신공양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바탕 위에 1960~1961년 다솔사에서 창작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기에다 잘 자란 소나무들의 자태가 사철 좋은 그림처럼 사람들을 반깁니다. 경치가 좋은 암자들도 사람들 발길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합니다. 돌아서 나오는 길 끝으로 이어지는 솔숲길은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부처님이 중생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쉽고 공평한 자비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곳이 바로 통도사입니다.

 

길은 사람이 걸어온, 그리고 걸어가는 자취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길은 다만 길이 아니라 삶이고 그 위를 걸어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자취입니다. 말하자면 일부러 길을 만들어내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생명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사라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낙동강 갯길은 그 시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세월따라 그렇게 사라져 가는 운명일는지도 모릅니다.

 

곽재우가 지금껏 기림과 존경을 받는 까닭은 이런 승전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곽재우는 일찌감치 벼슬살이를 포기한 사람이었습니다. 조선 조정에 득본 것 없는 신세인데도 당시 마흔하나라는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재산을 몽땅 털어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형평은 백정들이 고기를 다는 저울이기도 하지만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기울어짐이 없이 공평하다는 뜻으로 형평운동이 상징하는 바를 잘 담고 있는 물건입니다.

 

요임금은 (자식이 아닌) 순에게 천하를 넘겼고 나는 이 강사를 현자인 이군에게 물려주니 이를 요순에 견주면 넗은 하늘을 좁은 못이랑 비교함과 같으나 마음 속 깊은 뜻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자네가 자연을 벗하고 학문을 좋아하여 능히 지킬 수 있기에 정사를 내 것으로 삼지 않고 이렇게 준다네(곽재우).

 

곽재우는 1600년 임금이 벼슬을 내렸는데도 받지 않았다는 죄로 귀양갔다가 돌아온 뒤 1602년부터 여기서 살다 1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300년가량 이어진 십이공방 전통은 아름다운 자연 풍성한 산물과 함께 통영이 빼어난 예향이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3. 소감

읽고 나니 어디를 가고 싶고, 무엇인가에 빠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소개한 곳 중에 우선 함안군 칠원읍에 있는 무기연당에 가고 싶다. '주재성의 정원인데 직사각형 연못과 굽은 소나무 그리고 누정 두채가 어우러지는 품이 대단하다. 게다가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뜻도 곳곳에 박혀 있다'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곳곳에 사진이 붙어 있다. 우리말 우리글을 멋지게 살렸고, 문장이 과거시험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향리에서 배움을 계속한 선비의 그것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학교 교재나 역사교재로 사용되어도 손색이 없다.

 

              2016. 5. 18.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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