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 <설득>을 읽었다. 작가는 1775년 영국에서 태어났고, 1817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다. 이 소설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치로 두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앤이 웬트워스 대령을 사랑하나 결혼을 포기한 이유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레이디 러셀에게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설득의 논리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신분과 경제력에 대한 당대인들의 생각과 결혼시장의 암울한 현실, 전쟁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사회변화와 불안한 미래, 도덕적 혼란이다. 8년 뒤에 웬트워스 대령은 다시 찾아와 구혼을 하고 앤은 받아들인다.
2. 발췌
집안의 최고 어른이자 신사인 네 아버지의 기분도 맞춰드려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정직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겠지.
"동생이 아니라 당신이었군요. 제 동생이 이곳에 있을 때 알고 지냈던 분이" 순간 그녀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을 붉힐 나이는 이미 지났기를 바랐지만, 아직 감정을 느끼지 못할 나이가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때는 서로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였는데!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니!
꽤나 넉넉한 체구를 자랑하는 머스그로브 부인의 풍채는 연약하고 섬세한 감정보다는 신나고 호탕한 기분을 나타내기에 훨씬 더 적합해 보였다.
즐거움만 좇으며 살았던 거죠. 지금 생각은 다르지만요. 세월과 병과 슬픔이 내 생각을 변화시켰으니까요.
팔 년 반 전 당신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아니 전보다도 더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은 정말 우리를 제대로 이해해주시는군요. 남자들에게도 진정한 애정과 절개가 있다는 걸 믿어주니니까요.
그녀를 잊으려 했고 또 잊었다고 믿었던 그였다. 실은 화가 나 있었을 뿐인데,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루이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겷하고 뛰어난 앤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이 완벽하게 사로잡혀 다른 사람에게 내줄 자리가 없다는 것을 미쳐 알지 못했다. 그곳에서 비로소 그는 변함없는 원칙과 완강한 외고집의 차이를, 그리고 부주의한 만용과 침착한 결단력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설사 한때 남의 설득을 따랐던 것이 잘못이었다 해도 모험이 아니라 안전을 권하는 설득에 따랐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전 그분 뜻에 따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경우엔 그 어떤 의무감도 끼여들 여지가 없지요. 제가 애정이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또 모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일 거예요.
3. 소감
번역자의 작품해설에 띠르면, "어려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은" 여주인공 앤 엘리엇이 "나이 들면서 로맨스를 배워"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오스틴은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표현한다. 시대적 배경이 1814년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고 영국 해군이 승전보를 울리며 대규모 귀향을 시작한 시기였다는 점을 염두해 두고 보면 더 재미 있다.
2016. 2. 1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