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프란츠 카프카가 쓴 소설 <소송>을 읽었다. 저자는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 났고, 1924년 사망하였다. 이 작품은 그 후인 1925년 발간되었다. 그래서 미완성된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은 은행의 간부로 근무하는 요제프 K가 서른 살 생일에 갑자기 체포되어, 1년 동안 이상한 소송을 겪다가 결국 처형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작품 역시 실존적인 상황의 서술, 광기의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현대 관료체제에 대한 예견,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 또는 종교적 비유담으로 읽히며 여러 해석을 낳았다.
빌헬름 엘리히 같은 해석자는 "모든 것이 법원에 속해 있다"는 화가의 말을 근거로 '삶 자체가 법정이며, 요제프 K는 비유담의 시골남자처럼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에서 도피하고자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본다. 카프카는 "우리의 책임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처해 있는 상태가 유죄의 상태"라고 말했는데, 가프카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겪는 경험은 필연적인 좌절의 경험이고,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실존에 기인하는 것이다.
2. 발췌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저 책들은 아마 법률서적들이겠지요. 그리고 죄 없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는 것이 이 사법제도의 본질이겠지요.
제게 닥칠 위험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마세요. 위험이라는 건 내가 두려워할 때나 두려운 거죠.
이들에게 죄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죄가 있는 건 조직 자체이고, 죄가 있는 사람들은 고위관리들이지요.
도대체 너는 이번 소송에서 지고 싶은 거야?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기나 해? 그건 네가 간단히 지워져버린다는 뜻이야. 그리고 집안사람들도 모두 함께 휩쓸려 들어가거나 아니면 적어도 철저히 수모를 당한다는 의미지.
관리들은 아주 단순한 사건이나 특별히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밤낮으로 법률에만 얽매인 삶을 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추지 못했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런 사건들을 풀어나가기 어렵다.
청원서를 쓴다는 것은 거의 끝이 없는 작업이다...현재 무슨 이유로 기소되었는지 모르고 앞으로 그것이 어떻게 확대될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삶 전부를 아주 사소한 행동과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기억 속에 떠올려 서술하고 모든 방면에서 검토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부행장은 K에게 얼굴을 돌렸는데, 그의 얼굴에 깊게 나 있는 많은 주름살들은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힘을 입증해주는 것 같았다.
외견상의 무죄판결은 일시적이지만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판결 지연은 힘은 훨씬 적게 들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K의 목에 한 남자의 양손이 놓이더니 동시에 다른 남자가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고 두번 돌렸다. K는 흐려져 가는 눈으로 두 남자가 바로 자기 눈 앞에서 서로 뺨을 맞대고서 최종 판결을 지켜보는 것을 보았다. "개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
3. 소감
처음부터 끝까지 소송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소송을 당하고 있다는 자체는 불안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기에 충분한 상황인 것 같다. 카프카의 소설은 이해하기 어렵다.
2016. 3. 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