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소리와 분노

자작나무의숲 2016. 3. 27. 14:26

1. 개괄

윌리럼 포크너가 쓴 소설 <소리와 분노>를 읽었다. 저자는 1897년 미국에서 태어났고, 1929년 모더니즘 소설 의 금자탑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194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62년 사망하였다.

이 작품은 벤지, 퀜틴, 제이슨이 화자가 되어 일인칭시점에서 서술하는 첫 세장에서 독자는 직접 화자가 되어 소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요받는다. 네번째 장인 딜지 섹센에 이르러 독자는 앞선 화자들의 시선을 거치지 않은,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딜지를 만난다. 낭만적 이상주의자인 궨틴은 살을 회피하는 방편으로 죽음을 택하지만, 냉소적 현실주의자인 아버지 콤슨 씨는 술을 택한다. 차갑고 짜증스러운 얼굴의 콤슨 부인은 냉담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여자다.


2. 발췌

아버지가 문으로 가서 다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다음에 어둠이 돌아왔고 아버지가 문간에 서 있는데 검었다. 그리고 문이 다시 검어졌다. 캐디가 나를 붙들었고 우리 모두의 소리가, 그리고 어둠이, 그리고 냄새나는 무언가가 들렸다.


나는 내 그림자의 복부를 밟으며 걸었다. 팔을 뻗으면 그림자 밖으로 나갈 것이다.


아버지가 말하기를 엄마가 캐디를 사랑하는 걸 보면 엄마는 결점이 있는 사람들을 그 결점 때문에 사랑한단다.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지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버지가 말했다. 인간은 자기 불행의 총합이다. 언젠가는 불행도 지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네 불행이야.


아버지가 그걸 아실 리가 없어요 라고 말하자 아버지가 나도 안다 하였다. 우리가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비극은 중고품이 되는 거야.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돈에는 가치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뭐하러 쌓아두겠는가.


그녀의 얼굴은 무기력하고 짜증스러워 보였고, 끝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 듯 지루해 보였으며, 통찰력과 우둔함이 겹쳐 있는 모습이었다.


러스터는 톱을 치우고 딜지에게 나무망치를 가져댜주었다. 그러자 벤이 또 소리내어 울었다. 질질 끄는 절망적인 울음이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리였다.


제이슨이 그에게 설명했다. 손실감과 무력감이 스스로 내는 소리에 힘입어 맹렬히 자신을 정당화하고 분노를 표출하느라 잠시 후 그는 그들을 서둘러 추적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렸다.


3. 소감

'서술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인물 묘사의 전범에서 이탈했으며, 의식의 흐름과 색다른 혁신적 서술 양식을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서술의 구문과 통일성을 무시한' 모더니즘 문학을 읽고 나니 어리둥절하였다. 이 소설에는 독자를 만족시키는 결말도 없다.


           2016. 3.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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