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디어 라이프

자작나무의숲 2016. 3. 16. 19:43

1. 개괄

앨리스 먼로가 쓴 소설집 <디어 라이프>를 읽었다. 작가는 1931년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임을 인정받아 20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2012년 출간되었는데, 열 편의 단편소설과 네 편의 자전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강인한 주인공보다는 어느 면에서 결함이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인간의 또다른 본질-인간은 모두 결함이 있는 존재다-을 제시한다.


2. 발췌

케이티를 향한 그의 미소는 활짝 열려 있고 햇볕 같고 세상 어떤 의심도 없어서, 그는 마치 아이가 그에게, 그가 아이에게 영원히 경이로운 존재일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나중에 그가 얘기해준 바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모든 것이 선물이야. 주는 만큼 받는 거지.


나는 계속 써나갔다. 그 어떤 거짓말도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학교에도 안 갈 수 있었고 특별대우를 받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운명의 날개가 살짝 닿았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기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나이였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질투심, 사악함, 분노 때문이 아니라 밤중에 내 바로 옆에 누워 있는 광기 때문일 것이다.


"목을 조를까봐서요." 그리고 내가 말했다. 나는 결국 멈추지 못했다. 이제 그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고, 그 말을 하기 전의 나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고 장례식에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내게는 어린 자식이 둘 있었는데 벤쿠버에는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거기까지 갈 경비가 없었고 내 남편은 의례적인 행동을 경멸했다. 하지만 그것이 왜 그의 탓이겠는가. 내 생각도 같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3. 소감

잔잔한 소설이다.


           2016. 3. 16.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물고기  (0) 2016.04.02
소리와 분노  (0) 2016.03.27
소송  (0) 2016.03.08
나나  (0) 2016.03.01
설득  (0) 201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