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루이제 린저가 쓴 소설 <삶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저자는 1911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1944년 반나치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종전 때까지 감옥 생활을 했으며, 1950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고, 2002년 사망하였다.
이 소설은 루이제 린저의 자전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스물 살 연상의 한 남자와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다. 주인공 니나는 생을 너무 사랑했기에, 생을 너무나 꽉 껴안았기에, 그 생이 자기를 배반했을 때 그 생을 가차없이 버릴 줄 아는 여자다. 20살 연상의 슈타인은 니나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으며, 니나를 만난 지 18년 되는 날 자살로 생을 끝낸다. 슈타인이 죽은 후에 니나의 집에 배달된 슈타인의 일기 및 편지들을 니나의 언니가 읽는 형식을 취한다.
2. 발췌
죽은 뒤에 생전의 죄를 속죄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오. 내가 지은 죄란 결단을 회피했다는 것이오. 나는 그것이 비겁했기 때문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오. 그러나 그렇지 않소. 아마 유약했기 때문일 것이오.
내 생각에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계속해서 생기에 차 있을 때야. 그리고 미친 자가 자기의 고정 관념에 몰두하듯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야.
나는 자기 배를 항구에 매어둔 상인과 같다. 배를 내보내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를 바다에 내보내는 것은 위험했으며, 나는 본래 모험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었다.
사람이 자기 속을 보이면 보일수록 타인과 더욱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말없는 공감이 제일입니다. 당신과 나는 이 공감을 전적으로 나눌 수 없으며, 또 순수하게 항상 나눌 수 있는 처지도 아닙니다...당신 곁에 있으면 나는 불편합니다. 당신은 내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나를 몰아갑니다...나는 자유롭게 있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런데 그것은 그들 탓이야. 그들은 운명을 원하지 않거든. 단 한번의 큰 충격보다는 몇백 번의 작은 충격을 받으려고 해. 그러나 커다란 충격이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거야...마치 파산 직전에 있는 상인이 그것을 숨기고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한 후 일생 동안 그 이자를 갚아가며 늘 불안하게 사는 것과 같지. 나는 파산을 선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쪽을 택하고 싶어.
내가 그리고 싶은 게 바로 이거야. 우리는 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 비겁하고, 인색하면서 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서로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말야.
나는 오래전부터 악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형법 때문도 십계명 때문도 아니야. 단지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야. 악은 비생산적이야.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가졌고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어지 편안하다고 느끼지 않았겠는가.
시적 묘사란 정신이 모자라는 작가들의 피신처야.
그럴 것이 전에는 이런 수상한 시대에는 자식이 없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혀 없는 것보다는 그것을 잃고 슬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나는 슬픔도 재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니나는 스스로 삶 속으로 가는 길을 찿아내야 한다. 그녀는 해낼 것이다.
나는 당신의 좋은 점을 알아요. 그러나 나는 당신이 나의 복잡함이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당신의 단순함을 싫어해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삶을 비켜갔어요. 한번도 모험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얻지도 못했고, 잃지도 않았어요.
당신은 꽉 짜여진 삶을 살고 있어요. 당신은 나보다 스무살 위에요.
당신도 알 거요, 우리는 서로 만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한 거요.
3. 소감
저자는 '틈이 있는 나라, 틈이 있는 인생을 린저의 니나는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곧 인간적인 삶이다. 격정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요, 현실적인 것이 격정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소설을 읽고 나니 니나의 삶보다는 스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2016. 1.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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