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심리정치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5. 3. 22. 20:42

1. 개괄

한병철의 <심리정치>를 읽었다. 저자는 베를린 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책은 <피로사회><투명사회>에 이은 독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으로서 신자유주의의 통치술을 다룬다. 억압 대신 친절로, 금지 대신 유혹으로 개인들을 조종하는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를 파헤친다.

 

2. 발췌

신자유주의 질서는 타자에 의한 착취를 어떤 계급도 빠져나갈 수 없는 자기 착취로 탈바꿈시킨다.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은 사회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권력은 크면 클수록 더 조용히 작동한다. 그런 권력은 떠들썩하게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용한다.

 

심리정치가 이 체제의 통치 형식이 된다. 그것은 회피할 수 없는 경쟁을 끊임없이 확산시킨다.

 

삶이 긍정적 감정과 플로우 경험만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인간적 삶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영혼에 깊은 긴장을 선사하는 것은 바로 부정성이다.

 

수치는 자아에 대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계산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자아를 지탱하는 것은 이야기다. 계산이 아니라 이야기가 자기 발견과 자기 인식에 이르게 해준다.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상관관계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한다. 빅데이터는 개념도 없고 정신도 없다. 빅데이터가 약속하는 절대지는 절대무지와 다름이 없다.

 

순수하게 데이터의 힘으로 추진되는 인문과학은 더 이상 인문과학이 아니다.

 

이미지와 정보의 빠른 교체는 눈 감기를, 사색적 결론을 불가능하게 한다. 모든 이성적인 것이 결론이라면, 박데이터의 시대는 이성이 없는 시대인 셈이다.

 

빅데이터는 유일무이한 것에 접근하지 못한다. 빅데이터는 사건을 보지 못한다. 역사를, 인류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 통계적 개연성이 아니라 개연적이지 않은 것, 유일한 것, 사건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는 미래도 보지 못한다.

 

철학은 처음부터 바보짓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새로운 표현 방식, 새로운 언어, 새로운 사유를 창조하는 모든 철학자는 본래 바보였음에 틀림없다. 오직 바보만이 완전히 다른 것에 접근할 수 있다.

 

오늘날 아웃사이더, 천치, 바보는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전면적인 디지털 네트워크화와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은 순응의 압박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합의의 폭력은 바보짓을 억압한다.

 

3. 소감

이 책의 결론은 "바로 사유야말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2015. 3. 22. 부산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읽고  (0) 2015.09.04
혐오와 수치심을 읽고  (0) 2015.06.07
소설가의 일을 읽고  (0) 2014.11.29
힘 있는 글쓰기를 읽고  (0) 2014.11.23
노력중독을 읽고  (0)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