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여자의 일생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12. 29. 22:23

1. 개괄

기 드 모파상 작품 <여자의 일생>을 읽었다. 작가는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나 1893년 파리 교외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어머니의 친구인 플로베르에게 문학수업을 받았다. 이 작품은 잔느라는 여주인공의 일생을 대체로 시간적 순서에 따라 기술하고 있는 연대기적 구조의 소설이다. 잔느는 결혼 초에 남편 쥘리앵에게 배신당하여 사랑의 환상이 깨지면서부터 오로지 아들 폴에게 집착하며 살아가나 아들 폴은 중학교에 다니던 중 매춘부에게 빠져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잔느를 외롭고 힘들게 한다.

 

2. 발췌

폭우가 밤새도록 창유리와 지붕을 세차게 두드렸다. 물을 잔뜩 머금은 채 낮게 드리운 하늘이 터지면서 땅 위로 물을 쏟아 내며, 땅을 곤죽으로 이기고 설탕처럼 녹이는 듯 보였다.

 

영감의 빨간 코에 끌렸는지, 파리 한 마리가 몇 번이고 그 위에 날아와 앉았다.

 

그녀(리종 이모)는 그림자 또는 친숙한 물건 같은 존재, 사람들이 매일 같이 보여서 익숙하기는 하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는 않는 살아 있는 가구 같은 존재였다.

 

단 몇 주일만에 소망하던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이른 것이다. 급작스러운 결단으로 성사된 결혼과 같았다. 그 남자는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자기 품으로 그녀를 안아 와 버렸다. 

 

봐라, 아가야. 이게 이 세상 최상의 것이다. 타는 난롯불, 불가에 둘러앉은 가족, 이 이상의 가치는 없어.

 

어떤 물이 침전되어 석회층을 형성하는 것처럼 습관이 그녀 삶에 체념의 층을 만들고 있었다.

 

집 전체가 추위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추위가 스며든 벽은 오한이 난 것처럼 가벼운 신음 소리를 냈다.

 

때때로 발작이 너무 심해져서, 모든  생각이 그녀에게 사라졌다. 힘과 생명과 의식은 오직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마님. 돈이 없으면 천민 신세랍니다.

 

그녀는 인적 없는 시골 들판에서보다 이 소란한 군중 속에서 더 외롭고, 더 고적하고, 더 비참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녀(로잘리)는 아마도 지기 자신의 생각에 화답하는 것처럼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3. 소감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남편도 죽고 부모도 죽고 이모도 죽고 아들은 매춘부에 빠져 집안 재산을 탕진하고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오래 전에 떠난 하녀 로잘리가 자발적으로 돌아와  잔느를 돌본다. 로잘리가, 폴의 딸을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는 잔느에게 하는 말이다.

가혹한 인생의 시련을 겪은 후 잔느의 눈에 비치는 태양은 젊은 시절보다 덜 뜨겁고 하늘은 덜 푸르며 꽃은 덜 향기롭다.

 

              2014. 12. 29. 창원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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