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김연수가 쓴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었다. 우선 제목은 메리 올리버가 쓴 글 <기러기> 중
'네가 누구든, 얼마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 가운데라고'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1991년 무렵 학생운동을 하는 대학생인데, 북한을 방문할 전대협 예비대표로 베를린에 파견되고, 거기에서 이길용을 만난다. 이길용은 강시우라는 이름으로 안기부 프락치로 활동했음을 고백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애인 레이와 함께 북한으로 들어간다. 나와 여자친구 정민, 이길용과 내연관계였던 상희의 가족사가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내가 독일에서 머무는 집 주인인 헬무트 베르크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뤄진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학병으로 징집되어 남양군도의 어느 열대섬에서 가져왔다는 입체 누드사진이 이야기를 이어준다.
2. 발췌
유대인의 피가 섞인 혼혈 독일인 즉 미슐링으로, 한때 쾰른에서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에 올라탄 적이 있는 헬무트 베르크는 인간이 이 세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은 모두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외로웠으므로, 정민은 밤하늘을 떠나니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누군가에게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폭력이 몸에 밴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미쳐버렸을 것이다.
인생이 이다지도 짦은 건 우리가 항상 세상에 없는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증오는 하나로 모여야 하고 사랑은 넓게 퍼져야 한다. 야학 선생은 그게 바로 못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바꾸는 기본원리라고 말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지. 침묵을 이겨내기 위해 태어나지만, 결국 또다른 침묵으로 끝날 뿐이니까. 삶이 그런 것처럼.
'역사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더 매력적인 것은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라고, 옥중의 네루는 어린 딸 인디라에게 썼다. 네루는 또한 '사상의 종점은 행동이다'라고도 썼다.
이 아무런 의지도 지니지 못하는, 폭력적 시대의 도구에 불과한 인간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연민의 감정은 절대로 사랑이랄 수 없었다. 그건 증오심과 복수심에 딸려나오는 여분의 감정일 뿐이었다.
3. 소감
2007. 9. 28. 1쇄가 인쇄되고 2014. 11. 10. 21쇄가 인쇄되었다. 김연수가 쓴 <소설가의 일>을 읽고 이 책을 읽으니 이해하기가 나았다.
2014. 12. 17. 창원에서 자작나무
'독서일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를 읽고 (0) | 2015.05.16 |
---|---|
흑산을 읽고 (0) | 2015.01.11 |
우스운 자의 꿈을 읽고 (0) | 2014.07.14 |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0) | 2014.03.14 |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고 (0) | 2014.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