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최진석 교수가 쓴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었다. 저자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몇달 전 최진석 교수로부터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 이 책을 골랐다. 강의에서도 무늬를 강조했는데, 이 책에서도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2. 발췌
'좋아하는'을 통하면 확실히 보편적인 기준이나 합리적 계산 혹은 객관적 표준 등을 벗어납니다.
이미 정해진 프레임을 근거로 소소하게 따지고 계산하는 사람은 크게 성취하지 못합니다. 모든 큰 성취는 새로운 프레임에 대한 기대로부터 나오지요. 창조적이라는 것입니다.
인문학의 목적은 뭐냐? 단적으로 말해 인문적 통찰력을 기르는 것입니다...인문적 통찰은 대답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나 아니라 질문하는 데서 비로소 열립니다...도대체 인문적 통찰을 하는 관건은 뭐냐?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일'입니다.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신념을 뜷고 이 세계에 자기 스스로 우뚝 서는 일, 이것이 바로 인문적 통찰을 얻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신념과 이념과 가치관은 기본적으로 집단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우리의 것'이에요. '나만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신념과 이념과 가치관, 즉 '우리의 것'을 벗었다는 게 뭐냐 하면, 바로 '내'가 되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나'를 가두는 우리입니다.
이 믿음을 거부하고, 믿음의 대상에 고개를 쳐들고 인간의 길을 가겠다, 하고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이때가 바로 철학의 시작입니다.
저는 자기를 대면할 수 있는 기재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글쓰기를 듭니다...자기를 대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장치는 바로 운동입니다...마지막으로 제안하는 '자기를 대면할 수 있는 장치'는 낭송입니다.
자기가 아는 것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지 못하면, 그건 모르는 것이다(칸트)
이제 미래는 집단 속에 용해된 내가 아니라 나의 주도적 활동성이 우리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논증이나 설득 대신에 이야기가 개입되어야 해요.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념은 강하면 강할수록 사회는 경색되고, 이념 간에 무한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어요. 왜? 이념은 항상 순교자를 원하니까요.
노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구체적 세계에 있는 개별적 존재들에게는 추구해야 할 보편적 이념도 없고, 세계와 관계할 때 사용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기준도 없으며, 내용적으로 정해진 분명한 도달목표가 있는 것도 아닌 것이죠.
전문가들은 세계를 전진시키는 데 사실 별 역할을 못해요...세계를 발전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론가들이 아니라 실천가들이고 행동가들입니다.
지식은 무엇을 이해하는 데 머물러 있는 것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식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까지여야 합니다.
우리가 인문적 통찰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궁극적 지점은 어디냐? 행복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이를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정'이나 '완벽'은 죽음의 세계예요. 오히려 '불안'이 세계의 진상입니다.
익숙함과 결별하여 세계를 낯설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철학은 비로소 시작됩니다.
푸코는 근대를 비판합니다.그러면서 근대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형을 지향하지요. 새로운 인간형이란 스스로 윤리의 입법자가 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인간형을 말합니다. 푸코가 보기에 근대인은 종속적인 주체입니다.
자기의 도덕을 지킨 사람이 우리의 도덕을 비로소 지킬 수 있다. 자기의 정의를 지키는 사람만이 비로소 우리의 정의를 지킬 수 있다(함석헌)
대답하는 곳에 자기가 존재하지 않아요. 질문하는 곳에 자기가 존재합니다. 자기가 우리라는 집단 속에 용해되어 있으면 대답만 가능합니다. 자기가 자기의 주인으로 살아 있을 때, 질문이 시작됩니다.
3. 소감
저자는 다음의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오직 자신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노자의 <도덕경>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말고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인간은 철학을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4. 10. 27. 창원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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