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3. 8. 16:32

1. 개괄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었다. 저자는 독일 출신으로 현실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항상 소외받고 억압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다고 한다. 197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카타리나 블룸은 27세의 가정관리사인데 일간지 '차이퉁' 기자 퇴트게스를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한다. 카타리나 블룸은 댄스파티에서 우연히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받고 있는 괴텐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의 도피를 돕는데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차이퉁지를 비롯한 일간지에 노출되어 그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다. 퇴트게스 기자는, 어려운 암수술을 치른 뒤라 절대 안정이 필요한  카타리나 어머니를 취재하여 '우선 딸이 오래 전에 발길을 끊었다고 불평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죠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었겠죠'라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였고 그 충격으로 카타리나 어머니는 사망한다. 이 소설의 부제는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다. 번역자 김연수 교수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살해라는 '눈에 보이는 명백한 폭력'을 초래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을 다룬다.

 

2. 발췌

카타리나에게는 두 가지 치명적인 특성이 있어요. 바로 충실함과 자긍심이죠.

 

그들은 살인자이자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그녀는 물론 그런 것을 무시하지만, 무고한 사람의 명예, 명성 그리고 건강을 앗아 가는 것이 이런 종류의 신문사 관계자들의 의무인 모양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자(퇴트게스)는 '섹스나 한탕 하자'고 했고, 그래서 난 생각했던 겁니다. 지금 총으로 탕탕 쏘아 주마. 당연히 그는 예상을 못 했겠지요.

 

그리고 '차이퉁'의 가십에 대해 말을 꺼냈습니다. 친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최소한 조금은 그 기사를 믿는 눈치였습니다.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차이퉁'은 그들 자신들의 범죄 행위만 좋아하고, 맘에 들지 않거나 분명하지 않은 사실은 모조리 조작한다. 심지어 조작되지 않은 사실조차 그 신문에서는 거짓말로 보이게 되어 완전히 거짓으로 흡수된다(작가의 후기 중에서).

 

'차이퉁'에 헤드라인과 센세이션을 제공하고 다른 신문에게까지 '진짜' 이야기를 제공하려 함으로써 그저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신문 기자의 이런 끔찍한 '무지', 그렇다, 거의 아무것도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의 무지함이 카타리나로 하여금 권총을 뽑아 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작가의 후기 중에서).

 

3. 소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끝없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번역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이 작품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인 전제로 언어의 신뢰성 회복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경찰서 신문 과정 중에 블룸이 보여준 언어에 대한 민감성과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는 자세가 '차이퉁' 지의 진실을 조작하는 언어 사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작품해설을 읽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014. 3. 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