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3. 5. 22:02

1. 개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읽었다. 저자는 독일 출신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었고 참전 경험을 토대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소설을 출간한 바 있으며 반체제작가로 몰려 1939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전선에 투입되었던 병장 그래버에게 삼 주간의 특별 휴가가 주어진다. 2년만에 돌아온 고향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로 변했고, 부모이 생사를 찾아 헤매던 중 같은 학교를 다닌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그의 친구 알폰스는 히틀러 친위대의 돌격대잗이 되어 있고 그의 은사 폴만은 그 친구로부터 감시를 당한다. 휴가가 끝나고 전선으로 돌아온 그래버에게 러시아 포로를 감시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그래버는 퇴각을 명령받고 러시아 포로를 풀어주지만 결국 러시아 포로에게 피살된다.

 

2. 발췌

불신은 제3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든 안전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안전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었다.

 

승리를 거두고 있는 동안은 만사가 질서 정연했다. 그리고 질서 정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위대한 목표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공포에 질려 봐야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잘나갈 땐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데 말이야.

 

 친위대. 우리는 다만 그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친위대, 게슈타포, 거짓말쟁이, 사기꾼, 광신자, 미치광이. 이런 무리들이 일 년이나 더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 때문이야. 오직 그 때문이야. 전쟁은 이미 옛날에 졌거든.

 

십 년 동안 놈들은 우리 귀에다가 북을 마구 쳐 대며 선동했어. 그래서 다른 소리를 듣기 어려웠던 거야. 마구 떠들지 않으니 조금도 전달되지 않았어. 특히 의문과 양심의 소리 말이야.

 

누가 감히 질문을 하나? 질문은 네가 아니라 당국이 할 일 아닌가?

 

사람이란 자신에게 닥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르는 거야. 알게 된다면 이미 그때는 너무 늦었지.

 

저마다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전쟁은 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문제는 관용이군. 모자라는 건 바로 그거야.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구하는 것은 결정을 회피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실제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자신을 향해서 물어본 것이지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용기는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만 나오는 거야. 그 밖의 모든 건 허영이지.

 

우리 인간들은 너무 교만했어. 피투성이 과거를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이제 우리는 과거를 돌아가지 않고는 현재를 성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을 필요는 없어. 꿈이란 건 다시 찾을 필요가 없는 거니까.....중요한 건 믿음이야. 꿈은 언제라도 새롭게 창조되는거야.

 

기적은 언제나 절망 가까이에서 기다리는 법이었다.

 

3. 소감

주인공 그래버는 전쟁의 참혹함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러나 도주는 죽음을 의미하므로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전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는 죽음이었다. 좋은 전쟁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이 지점에서 생긴다. 그럼 전쟁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질문하는 것이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2014. 3. 5.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