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삐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상>을 읽었다. 대학교 신입생을 위한 권장도서에 들어 있어 골랐다. 저자는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지낸 사회학자다. 이 책은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자본을 사회적 경쟁에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로 봄으로써 경제적 갈등과 다른 갈등의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문화자본, 사회관계 자본, 상징자본을 문제삼는다. 문화자본은 육화된 상태로, 객체화된 상태로, 제도화된 상태로 존재한다. 사회관계 자본은 상호인식과 상호인정으로부터 제도화된 지속적 관계망의 소유와 관련된 현재적이고 잠재적인 자본이다. 저자가 상정하고 있는 프랑스 사회의 계급구조는 상층 계급, 중간계급, 민중계급이다. 상층계급에는 지배분파와 피지배분파가 있고, 중간계급엔 신흥 쁘띠 부르주아지, 상승 쁘띠 부르주아지, 구 쁘띠 부르주아지가 있고, 민중게급엔 생산노동자, 소 농업경영자, 소 봉급생활자가 분파들로 존재한다. 교수, 상급기술자, 예술제작자는 상층게급 피지배분파에 속한다.
2. 발췌
특수한 생활조건과 관련된 조건의 산물인 이 미적 성향은 동일한 조건의 산물인 모든 사람들은 함께 묶어주는 반면 그밖의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시켜 준다. 그리고 핵심적인 측면에서 구분시켜 준다. 왜냐하면 취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 즉 인간과 사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된다.
고등 교육기관의 교수들이나 앞에서 언급된 모든 대상이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현대 예술 또는 사진의 예술적 지위를 기꺼이 인정하려는 경향이 가장 강한 집단들이 미적 시선의 전지전능성을 인정하는 이유는 진정한 미적 보편주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탁월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추정해낼 수 있다.
교육수준이 동등한 경우 원래 지배계급으로 태어나는 성원들은 다른 계급의 성원들보다 고가구점에서 가구를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은 반면, 다른 계급들은 백화점이나 가구 전문점 또는 벼룩시장에서 가구를 구입한다.
최초의 체험적 습득을 가장 분명하면서도 가장 지우기 힘든 흔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아마 음식 취향일 것이다.
일련의 공식적인 기준들은 실제로 은폐된 기준들을 위한 가면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한 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출신계급을 요구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신흥 쁘띠 부르주아지는 이처럼 계급간의 매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조작수단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구 쁘띠 부르주아지의 위치와 성향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계급분파의 출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배양식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억압 대신에 유혹을, 공권력 대신에 공적 관계를, 권위 대신에 선전을, 강경수단 대신에 온건한 수단을 내세움으로써, 규범을 주입하기보다는 욕구를 부과함으로써 피지배계급의 상징적 통합을 추구하는 지배양식의 변화말이다.
필연적으로 사회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윤리적 기준에 암묵적으로 의존해 어떤 계급을 보수적이나 혁신적으로 특징짓다 보면 그러한 논의가 출발하는 위치 이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는 담론밖에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은밀하게 특권 집단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한 견고하게 유지되는 자유방임주의가 일종의 의식적 보호주의에 의해 대체되는데, 이것은 외견상 자연적이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메카니즘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수행했던 일들을 이 제도로 하여금 공개적으로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실제로 고도로 선별적이 집단은 잔인한 차별적 조치를 회피하고 일견 아무런 선별기준도 없는 듯한 매력을 풍기기를 선호하는데, 이 때문에 집단의 성원들에게 자신은 인간으로서의 독자성에 기반해 선택되었다는 환상을 부여해주는 동시에 집단의 동질성을 최대한도로 보증해주는 선별기준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마련해준다. 상류클럽은 동질성을 지키기 위해 가입지원자에게 매우 엄한 절차를 부과한다.
취향은, 즉 구분하고 구분된 특정한 대상 전체를 전유할 수 있는 적성이나 능력은 동산, 옷, 언어, 또는 육체적 엑시스와 같은 각각의 상징적 하위공간의 특수한 논리 안에서 동일한 표현적 의도를 드러내는 생활양식의 생성양식, 즉 구별적 기호의 통일적인 체계이다.
사회적 위치가 변할 때마다 아비투스가 생산되는 조건이 새롭게 변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따라서 각각의 아비투스에 고유한 유효성을 고립시킬 수 있듯이 각 실천을 재원에 맞춰 객관적으로 조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소득의 높낮이가 아니라 취향 즉 필요취향 또는 사치취향이다.
감지된 신체를 구성하는 기호는 말 그대로 문화적 생산행위의 산물로, 문화정도에 따라, 즉 자연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각 집단을 구별하는 효과를 갖는데, 이 효과는 마치 자연에 기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중의 거리낌 없는 솔직한 식사에 부르주아지는 형식을 갖춘 식사를 대립시킨다.
쁘띠 부르주아지 여성들은 민중계급의 여성들만큼이나 자신의 신체를 불만족스럽게 여기지만 이와 동시에 민중계급보다는 미모의 유용성에 대해 훨씬 더 강하게 자각하고 있으며 신체적 우수성에 대힌 지배적인 이상형을 그대로 승인하는 사람들도 훨씬 많기 때문에 자신의 물리적 외모의 개선에 상당한 투자를 하며, 모든 형태의 미용상의 적극적인 조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의를 표한다.
소외된 신체의 전형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불편함과 이와 대립적인 경험인 편안함은, 정통적인 체형과 몸가짐에 대한 표상은 동일하게 승인하지만 그 실현수단은 불평등하게 갖고 있는 부르주아지와 쁘띠 부르주아지 구성원들에게 균등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상징투쟁에서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피지배자들처럼 타자를 위한 존재를 자신을 위한 존재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을 집단을 위한 것처럼 제시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만들기 위한 여론을 만든다.
평범한 오락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면 특권적인 사람들은 다시 한번 통속적인 사람들의 무리를 혐오하고, 항상 다른 장소에서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경험과 순결한 공간의 배타성과 우월성을 구하기만 하면 된다.
지배적 취향이 인지하고 평가하는 모든 특징은 골프, 테니스, 요트, 승마, 스키, 펜싱 등의 스포츠에 집약되어 있다. 이들 스포츠는 전용 장소에서 본인이 선택한 시간에 혼자서, 혹은 선택된 파트너와 함께 한다. 또한 이들 스포츠에 소모되는 체력은 비교적 적으며, 소모량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지만, 그 특수한 기법을 습득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 모든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사치품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문화상품보다 분명하게 사회적 차이를 표현하는 속성을 가진 것도 없을 것이다. 구별 관계가 객관적으로 각 상품 안에 새겨지고, 또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소비행동을 통해, 즉 경제적-사회적 획득 수단을 통해 그러한 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3. 소감
이해하기 어려웠다. <구별짓기 하>는 당분간 못 읽을 것 같다.
2013. 11. 2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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