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0. 5. 19:08

1. 개괄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었다. 저자는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고 문명연구가이며 <총, 균, 쇠>를 지은 바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조상들이 1만 1,000년 전까지 어제의 세계에서 살았고, 우리 다수의 조상들이 그 이후에도 비교적 최근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았음을 지적하며 전통사회와 현대사회의 융합을 주장한다. 최근까지 전통사회의 삶을 유지했던 뉴기니인, 솔로몬 섬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2. 발췌

전통사회는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다.....우리는 이미 그런 실험을 시도한 사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전통적인 보상 협상의 목적은 분쟁을 신속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양쪽의 감정까지 화해시켜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다....뉴기니의 전통적인 사법제도는 일종의 당사자 해결 방법이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자체로 분쟁을 해결한다...보상금은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A가 B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손실에 따른 B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도 보상의 일부이다.

 

내적인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의 중앙 정치권력이 보복을 행사할 권리를 거의 독점한다. 따라서 국가와 경찰만이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시민에게 폭력적인 보복조치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시민에게 자위를 위한 폭력의 행사를 허용한다.

 

국가 사법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개인적인 정의 행사를 강제로 대신하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국가의 민사사법은 피해를 다루는 데 집중하며, 악감정의 해소와 화해는 부차적 문제 혹은 소송의 쟁점과 무관한 문제로 여긴다는 것이 근본적인 결함이다.

 

우리 법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결코 중재로 합의에 이를 수 없는 당사자에게 중재를 권고하거나 명령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에서 중재의 잠재적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되며, 중재에 대한 투자 부족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

 

사형 선고를 받지 않은 범죄자와, 생존한 피해자나 사망한 피해자의 가까운 친척들이 악감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접근방법이 회복적 사법이란 프로그램이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를 피해자나 공동체만이 아니라 국가에 가한 위법 행위라 생각한다. 따라서 범죄자와 피해자를 떼어놓고 변호사들이 그들을 대신해서 말하도록 하는 대신에, 둘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조건에서 직접 대화하도록 허용한다.

 

4시간의 대화가 끝난 후, 패티는 그 과정을 "용서하기도 어렵지만 용서하지 않고 사는 것은 더 어렵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한 주가 지났을 쯤에 패티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참상을 깨닫는 걸 보았던 탓에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기운을 얻어 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힐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이 지도자와 관료들에게 지배를 받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합리적인 결정의 결과로 정부가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뉴기니 사람들의 편집증은 터무니 없는 과민 반응이 아니라,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그들의 편집증을 건설적인 편집증이라 생각한다.

 

위대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크레츠키가 골망을 가르기 힘든 슛을 시도하는 위험성에 관련해서 남긴 명언을 나는 아직도 뚜렷이 기억한다. "슛을 시도하지 않으면 골인은 100퍼센트 불가능하다!"

 

"사냥은 위험하다. !쿵족은 용감하게 위험을 맞서지만, 자신의 용기를 입증하려고 일부러 위험을 찾아나서거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요컨대 통계학이나 수학적 분석을 사용하지 않고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안데스의 농부들은 수확량이 지역별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들쑥날쑥한 까닭에 기아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밭을 분산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아냈다.

 

당신이 무수히 반대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설립자가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다고 수십년 째 완강히 주장한다면, 그런데 누구도 그런 비합리적인 믿음을 당신에게서 떨쳐내지 못했다면, 교회신도들은 당신이 앞으로도 그런 믿음을 꾸준히 지켜갈 것이고 교회를 결코 버리지 않을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20세기에 들면서 유럽 국가들은 다른 유럽국가의 수백만 시민을 살상한 만행을 정당화하려고 세속적인 근거를 덧붙였지만, 종교적 광신은 지금도 여러 다른 사회에서 강력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맞다면, 언어의 구조는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을 결정한다.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면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생 지속되는 사회적 유대감이다. 외로움과 소외는 전통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이다.

 

미국은 일과 휴식, 혹은 여유에서 균형을 찾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노인이 점점 증가하는 세계에서, 노인은 손자들을 정성껏 돌봄으로써 일하는 자녀에게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고 손자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자신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다.

 

3. 소감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일부 국가에서 시도되고 있다. 노인의 손자 돌보기는 우리나라에서는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다. 현대사회에 되살릴 전통사회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2013. 10. 5.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