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0. 13. 15:37

1. 개괄

매튜 A. 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가 지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읽었다. 저자들은 정치학자로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거나 재직중이다. 이 책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전환되었고, 이로써 국민은 시민에서 고객으로 전락하였으며 개인민주주의시대에는 정치엘리트들이 대중의 정치참여에 의지하지 않고 법원과 관료에 의존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음을 논증한다.

 

2. 발췌

대중민주주의는 엘리트들이 정치의 장을 장악하기 위해 비엘리트들을 동원해야 했던 방식이다. 반면 현재의 경향이 '개인적'인 이유는 새로운 통치기술들이 대중을 사적 시민들의 집합으로 해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은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점차 개인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다.

 

과거 시민들은 정부를 소유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반면 고객은 정부로부터 쾌적한 서비스를 받는 존재로 간주될 뿐이다.

 

권리라는 것은 일단 확립되면, 시민권을 둘러싼 공적 유대를 일깨우고 새롭게 하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개인적 차원에서 발동될 수 있는 것이다.

 

소송에 매달렸던 2000년 선거 후보자들처럼, 현대 정치 엘리트들은 미국 유권자들을 주변화시키고 있으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법원과 관료에 의지한다.

 

정부가 시민의 충성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게 된 것은 프랑스 혁명과 미국혁명으로 시작되었던 정치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됨을 의미한다. 정부는 평범한 사람들의 능동적이고 집단적인 지지에 의지하지 않고도, 전쟁을 수행하고 세금을 걷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폭로, 조사, 기소라는 정쟁의 기술이 한때 선거 동원이 차지했던 정치의 중심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설문조사로 기록되는 데이터는 순수한 여론이 아니라 여론을 가진 사람과 여론 조사자 사이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설문 조사가 여론을 측정하는 동시에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 적극주의가 반복적으로 행사되면서 사법부의 자제 경향이 퇴색되고 있고, 대중민주주의의 다수결 정신은 개별 시민이 정치과정에 접근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새로운 개인민주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이른바 소송을 통해 정부에 요구할 수 있게 된 체제이다.

 

의회도 그런 조작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사법부는 소수이나 강한 동기를 가진 동맹의 '포획'에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기득권자들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해주는 거대한 균형 장치가 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정치적으로 무력한 사람을 보호하고 약자들의 권리를 방어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적이거나 경쟁적인 방법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기득이익에 이윤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소송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협애한 이익집단이 넓은 지지 기반을 가진 경쟁자들을 상대할 수 있고, 대략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방 법원들은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정치적 평등의 제도적 수호자로 기여했기 때문에, 정책 결정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비판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민권운동의 일부 중요한 승리는 연방 법원에서 이루어졌지만, 성공의 대부분은 대중 동원 전략에서 나온 것이었다.

 

소비자 운동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운동 사례에서 보듯이, 동원된 대중 기반이 없어지면서 운동의  의제는, 그 운동을 인적 물적으로 지원하고 소비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상 계층의 이해로 제한되었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려운, 모호하게 정의된 정책은 자신의 사적인 필요에 따라 정책을 주조하려는 특수 이익들을 불러들인다.

 

영리든 비영리든 비정부조직이 정부 프로그램을 대행할 때 발생하는 위험은, 이들 조직이 공적 의제를 자신의 목적으로 대체해 버리는 것이다.

 

민간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죄질의 정도와 상관없는 이유로 공공 교도소 수감자들보다 오래 복역하는 경향이 있다...이유는 간단하다. 출감이 빨라질수록 교정회사의 수입을 줄어들기 때문이다.

 

처벌을 민영화한 것은 법과 정의 및 처벌을 단순한 상품으로 변형할 위험을 낳으며, 민간 교도소는 우리가 집단으로서 하나의 정치 공동체가 되기를 중단한다는 제도적 천명인 것이다.

 

바우처는 집단 정체성을 사적인 이해관계로 녹여버리며 집단 행동을 사적인 소비 결정으로 해체한다.

 

3. 소감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정치문제가 소송 형태로 제기되는 경우가 많아 그 원인이 뭘까 궁금했는데 이 책이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었다. 정치문제는 사법부가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로 회피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 사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과거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광범위하다. 사법부는 어찌할 것인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한 사법부가 정파적 이해관계가 상반될 수밖에 없는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할 방법을 무엇일까? 판사들의 고와 토론이 필요하다.

 

               2013. 10. 1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