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영화 소원을 보고

자작나무의숲 2013. 10. 3. 20:20

1. 주인공 소원

영화 <소원>을 보았다. 소원은 9살 성폭력 피해자의 이름이다. 이준익 감독, 설경구 주연 작품이다. 소원역은 이레가 맡았다. 줄거리는 소원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두순 사건과 깅홍일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 판사의 소원

9살 소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하고도,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직후 제 정신이 아닌 피해자 아버지에게 언론은 인터뷰를 요청한다. 거기에 이 사건이 알려졌을 경우 피해자에게 돌아올 피해에 대한 고려는 없다. 9살 소녀가 학교가는 길에 성폭력을 당하고 대장과 항문이 파열되어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평생 인공 항문을 달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측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판결은 분노의 대상이다.  

 

반면 아내 몰래 들어둔 적금을 해약해서 병원비를 빌려주는 동훈(소원 아빠)의 친구 광식, 학교를 같이 갔으면 소원에게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자책하는 소원의 친구 영석. 자신의 딸이 성폭력을 겪은 후유증으로 자살한 상처를 안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숙은 소원 가족이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다.

 

성폭력 범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엄벌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엄벌이 사형이어야 하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모스크바 공국에서는 절도죄를 저지른 자는 사형에 처해졌다. 그래서 모스크바공국에서는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를 죽였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 나오는 내용이다. 판사는 균형을 찾는 사람이다. 피해자의 사적 복수를 막으면서도 범죄를 예방하고 피고인을 교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여론을 잘 알면서도 여론에 독립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어느 한쪽이 지게 마련인 재판에서 당사자를 설득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원이다.

 

범죄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범죄피해자 구조제도가 보강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차별적 복지가 주어져야 한다. 우선 국가가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범죄피해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생활을 지원하고, 정신과적 치료를 도와주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오로지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이므로, 이런 사람에 대한 복지는 다른 사람에 우선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3. 우리의 소원

좋은 세상이라 할 일이 없다거나 할 일이 있는 줄은 알지만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그러나 조금만 세상 속을 들여보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악이 소멸되지 않는다면 선이 강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선이 강해지는 방법은 선이 선끼리 합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울다가 웃으며 영화를 봤다. 법조인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한다.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2013. 10. 3.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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