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화에 대하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3. 8. 22:54

1. 개괄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를 읽었다. 저자는 키케로와 함께 로마철학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정치인이었다. 5년 동안 어린 네로의 가정교사를 하였고 네로가 황제가 된 뒤에는 10년 동안 그를 보좌하였지만 결국에는 네로로부터 자결을 명받아 죽는다. 이 책은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자신의 동생에게 들려주는 서간문 형태의 글인데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한 최초의 저술 중 하나다. 세네카는 화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비이성적 감정의 폭발로 보는 것을 거부하고, 그것을 철학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철학 논쟁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2. 발췌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우리 자신도 괴롭히는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인간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태어 나고, 화는 서로를 파괴하기 위해 태어난다. 인간은 화합을 원하고, 화는 분리를 원한다. 인간은 이익이 되기를 원하고, 화는 해가 되기를 원한다. 인간은 낯선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주고자 하고, 화는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공격을 퍼부으려 한다. 인간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시키고, 화는 상대방을 끌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자신마저도 위험에 빠뜨린다.

 

친구들이나 가족의 편에서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나약하다는 증거다.

 

하물며 벌을 주는 자가 화를 내는 것만큼 적절하지 않는 일은 없다. 왜냐하면 오랜 생각한 끝에 내려지는 징벌이 교정에 더욱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곁길로 빗나가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감금할 때, 교정을 담당한 자가 화를 낼 필요는 없다. 화는 마음의 잘못이므로, 마음의 잘못을 저지르는 자가 남의 잘못을 교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한 판결을 내릴 때 재판관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

 

화는 아름다움이나 훌륭함 따위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허약함과 과민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 화를 통해 자신의 무기력함과 지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화의 원인은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쉽게 믿어버려서는 안 된다.

 

화의 최대의 근원은 "나는 죄가 없어" 혹은 "나는 아무 것도 안 했어" 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다.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그것을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은 그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처벌을 절대로 과거의 생각에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미래를 바라 보아야 한다.

 

나는 화의 신호를 가능한 한 내색하지 않고 속에 묻어두고 감추어야 한다. 

 

3. 소감 

세네카는 섹스티우스를 인용해, 화가 났을 때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데에 큰 충격을 받는다. 시도해볼만 방법이다.

 

법정은 화가 나기 쉬운 공간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00년 전에 이런 책이 나온 걸 보니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꽤 오래된 인류의 과제인 모양이다. 한기택 판사는 '목숨 걸고 재판하기'로 유명한데, 안타깝게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세웠던 목표가 '화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오늘따라 그가 그립다. 그가 없는 법원이 허전하다.

 

      2013. 3. 8. 부산에서 자작나무(악플을 수시로 다는 사람이 있어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가 적어 댓글을 아예 달지 못하도록 설정을 변경했습니다.  이용자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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