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긍정의 배신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8. 17. 20:31

1. 개괄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을 읽었다. 저자는 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전업작가로 나섰으며 베스트셀러 <노동의 배신>을 쓰기도 하였다. 이 책은 론다 번의 <시크릿>,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과 대척점에 있다. 긍정적 사고가 우리의 발등을 찍는다고 비판한다.

 

2. 개괄

실은 긍정성이 실제 상태나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라는 것이 물음의 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은 수감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수준도 세계 최고다.

 

우리는 스스로 초래했거나 자연 세계에 놓여 있는 무시무시한 장애물과 싸우기 위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긍정적 사고라는 대중적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낙담의 늪에 빠져 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를 확산시키는 것이 하나의 완전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 산업의 상품, 곧 동기유발이 다양한 가격대로 나와 있다.

 

1990년대 미국경영자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정리해고가 생산성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리해고를 하면 분명히,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른다.

 

적절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혹은 더 인간적인 기업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평생 노력을 바쳐야 한다. 지금 당장 가능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뿐이다.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업이 해고된 노동자들과 과로에 시달리며 아직 버티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 곧 긍정적인 사고다.

 

초대형 교회와 그런 위치를 꿈꾸는 교회들에게는 요구가 많은 기독교의 핵심 교의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긍정적 사고였다.

 

긍정심리학의 진정한 보수성은 현실의 불평등과 권력 남용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에 애착을 갖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긍정적 사고론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누구라도, 정말로 누구라도, 단지 자신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언제든 부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와 상향 이동 가능성에 대한 강한 믿음은 미국인들이 불평등을 잘 감내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조사 대상 미국인의 대다수는 장래에 자신이 평균소득 이상을 벌 것이라고 믿고 있다(브루킹스 연구소)

 

종교학 교수 조너선 월턴은 오스틴 같은 목사들이 "하느님이 은행이 내 신용점수를 무시하도록 해 주시고 내가 처음으로 소유한 집을 축복해주신다"고 말하면서 저소득계층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걱정하지 않도록 안심시켰다고 꼬집었다.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절망은 아니다. 실제로 부정적 사고는 긍정적인 사고만큼이나 망상이 될 수 있다......대안은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매우 낙천적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 문제에는 현실주의를 내세웠고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슬로건을 거듭 강조했다.

 

방어적 비관주의 수준의 현실주의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생존에도 전제조건이다.

 

주의 깊은 현실주의는 행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하게 한다. 우리 자신이 처한 실제 환경을 도외시하면서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3. 소감

론다 번의 <시크릿>을 읽으면서 뭔가 부족한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부족한 게 아니라 위험한 것이었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있는 그대로' 보기가 중요한 요즘에 울림이 큰 책이다.

 

                                   2012. 8.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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